오리온그룹이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담철곤 회장의 개인비리 의혹을 담은 고발프로그램이 방영을 앞두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재기업으로서 이미지 하락에 따른 실적 타격은 물론 담 회장 관련 수사와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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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18일 추적60분 제작진에 따르면 추적60분 ‘임원들은 왜 회장님을 고발했나’ 편은 일주일 연기된 24일 방송된다.
오리온그룹이 KBS를 상대로 낸 추적60분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재편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추적60분 제작진은 “방송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문이 방송시작 불과 5시간 전에 도착해 이를 반영한 스튜디오 녹화, 더빙, 종합편집 등 방송 후반작업을 마치기에 시간이 부족해 부득이 연기했다“고 밝혔다.
방송이 일주일 미뤄지고 법원의 결정문에 따라 방송내용이 일부 수정되면서 오리온 측도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제작진은 법원이 방송을 금지한 고가의 사치품 구입대금 미지급 의혹은 방송에서 다룰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 외 나머지 의혹들은 고소고발로 수사 혹은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오리온 측의 반론을 담아 방송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법원도 결정문 말미에 “오리온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방송이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추적60분 측에 힘을 실어줬다.
추적60분은 당초 방송에서 담 회장의 △고가의 가구 및 미술품 횡령 △아이팩 주식의 소유 관계 관련 △임원 급여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파텍필립 시계 밀수 △양평연수원 차명 구입 △마리아페르게이 침대 및 은쟁반 구입대급 미지금 등의 의혹을 보도하려 했다.
다음주 방송이 나가면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그룹이 여러 차례 담철곤 회장과 관련한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기는 했지만 담 회장의 개인비리 의혹을 방송사 고발프로그램에서 정면으로 다루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매우 높은 만큼 이번 방송이 가질 파급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방송 이후 여론이 악화하면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담 회장은 현재 200억 원대 횡령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추적60분 제작진도 “대선 때마다 수많은 후보들이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누구도 이루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할 적폐의 첫번째로 일부 재벌의 폐해를 정면으로 겨냥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오리온이 제과를 주력으로 하는 소비재기업이라는 점에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재기업의 경우 오너 리스크가 실적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운호 게이트’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 매출 상위 7개 화장품 브랜드숍 가운데 유일하게 순손실을 냈다. 대표도 2차례나 교체됐다.
MP그룹 역시 정우현 회장의 폭행사건이 벌어진 뒤 가맹점 매출이 감소했고 폐점도 잇따랐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는 폭행사건으로 60여 개 매장이 폐점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로 기업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겪는 일이지만 소비재기업의 경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체재가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굳이 해당기업의 제품을 선택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방송이 나가지 않아 방송내용에 대해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다”면서 “방송이 비리로 퇴직한 전직 임원의 주장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