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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그룹이 지난해 말 내놓은 자구안 이행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업계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두 회사 모두 하반기에 순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지난 2분기 한진해운이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이런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진해운은 물론 대한항공에 대한 싸늘한 시각도 존재한다. 항공기 구입과 호텔 건축 등 돈 들어갈 곳이 워낙 많은 데다 사실상 계열분리 상태로 받아들여졌던 한진해운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 막바지 이른 한진그룹 구조조정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자구안과 관련해 “계획대로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진그룹의 구조조정은 9개월이 지난 지금 조 회장의 말처럼 순항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25일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지분을 IBK투자증권과 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에 1461억 원에 처분하기로 하면서 한진그룹 구조조정의 끝이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자금난에 빠진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자산 매각을 포함한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에쓰오일 지분과 노후 항공기, 부동산 등 3조5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한진해운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해운 역시 1조9745억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놓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7월 구조조정의 가장 큰 축이었던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해 2조 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매수 주체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였다. 당초 1분기 내 매각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에쓰오일의 주가가 지난해 말 7만4천 원에서 5만5천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매각이 늦어졌다.
조양호 회장은 사우디에서 아람코 총재를 직접 만나 협상을 벌인 끝에 원래 목표로 했던 가격보다 2천억 원가량 낮은 금액에 지분을 넘기게 됐다.
한진해운은 벌크 전용선 사업부와 유가증권 매각, 유상증자 및 대한항공의 은행 대출, 캠코 선박 매각 등을 통해 현재까지 총 1조7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한진해운 자구안에서 아직 이행되지 않은 사안은 해외사옥 매각과 4분기 돌아오는 일반대출(1440억 원)의 만기연장뿐이다.
해외사옥은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매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대출 만기연장은 이미 채권단과 협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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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시에서 열린 윌셔그랜드 호텔 콘크리트 타설 기념행사에 참석한 에릭가세티 LA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 한진그룹 진짜 위기 넘겼나
한진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한진그룹의 자구안 가운데 굵직한 사안은 이미 완료했고 유동성도 확보해 한진그룹이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특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항공기 도입과 미국 LA 월셔그랜드 호텔 재건축 등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어 돈 들어갈 곳이 많은 탓이다.
대한항공은 2018년 말까지 3조9천억 원을 투자해 항공기 12대를 구매한다.
재건축 중인 윌셔그랜드 호텔에 들어가는 비용은 1조2천억 원이며 경복궁 옆 부지에 특급호텔 건축허가가 떨어질 경우 건축비로 7천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차입금 부담도 과중하다. 3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08.3%이며 차입금 의존도도 67.5%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올해 동계올림픽,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가 이어졌고, 앞으로도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나마 전망이 밝다.
하지만 해운업의 불황은 여전히 한진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업황이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해운업계의 치열한 경쟁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이미 6500억 원을 투입했지만 해운업황 회복이 쉽지 않아 추가지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인수한 뒤 3개월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한진해운은 지난 2분기에 매출 2조1457억 원, 영업이익 290억 원을 냈다. 한진해운의 흑자전환은 2012년 3분기 이후 무려 7분기 만이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경영이 정상화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번 흑자전환은 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용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2분기에 흑자전환을 했지만 상반기 영업실적은 여전히 적자다. 한진해운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332억 원을 냈다.
내년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도 8920억 원에 이른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