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정부와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화케미칼의 기대감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보복으로 줄어들었던 중국관광객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화갤러리아 면세사업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모회사인 한화케미칼의 자금지원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한화케미칼, 유통자회사 한화갤러리아 지원부담 덜게 될까  
▲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12일 증권사의 전망을 종합하면 한화케미칼은 올해 유통부문에서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한화케미칼은 한화갤러리아를 유통부문자회사로 두고 있고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사업법인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김규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올해 내내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사업이 부진할 것”이라며 “한화갤러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제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제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을 두고 있는데 두 곳 모두 중국인관광객 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갤러리아면세점63을 포함한 서울 시내면세점은 매출의 70% 이상을 중국인관광객에 의존해온 만큼 중국인관광객 수 급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사업에서 적자를 이어가면 한화케미칼의 자금지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한화케미칼은 4월에 “한화갤러리아가 백화점을 출점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한화갤러리아에 2천억 원을 출자했다. 한화케미칼이 이번에 출자한 자금은 면세사업이 아닌 2019년 완공 예정인 광교백화점 투자에 쓰인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사업 적자로 재무부담이 커져 모기업에 손을 벌린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부문계열사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화갤러리아가 계속 부진을 이어가면 한화케미칼의 '아픈 손가락'이 두 개로 늘어난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부문에서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68%나 줄어들면서 고전하고 있는데 여기에 유통부문의 실적부진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증권업계는 한화케미칼이 기초소재와 가공소재부문에 힘입어 실적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태양광부문 등 일부사업부문 실적이 계속 부진해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고 파악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화케미칼이 반전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에서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우려와 관심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도 “사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미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혀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 이전 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정부가 사드보복으로 한국관광금지령을 내린 만큼 한중관계가 회복되면 중국인관광객 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면세사업의 적자폭이 대폭 줄어들거나 흑자로 전환하면서 한화케미칼은 자금지원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