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가 울산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이번 사고가 중간배당과 울산 프로젝트 완공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울산 정제·석유화학시설, 완공시점 늦춰지나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24일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공사원인을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아무리 빨라도 5월 초는 돼야 사고원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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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
에쓰오일은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하류시설(ODC) 건설현장에서 21일 110m짜리 대형 타워크레인이 유류배관으로 넘어지면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대림산업의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에쓰오일의 울산 공사현장에 공사전면중단 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가 에쓰오일의 울산 공사현장에 적어도 한달 정도 작업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하지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에쓰오일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공사중단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특별근로감독은 고용노동부가 실시하는 비정기적인 근로감독으로 시공사와 원청이 노동자의 안전관리규정을 준수했는지 등을 감독하는 제도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 노동조합 울산지부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에 건설하고 있는 시설의 완공시점을 2018년 상반기에서 올해 말로 무리하게 앞당기려다 보니 이미 울산 공사현장에서 여러 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며 “사고당일 작업자 대피지침을 어긴 협력업체를 처벌하고 노동부가 울산 공사현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또 “에쓰오일의 울산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작업자들이 대피하지 못하도록 관리자들이 막았다”며 “사고현장 주위에 안전관리자도 없어서 부상당한 노동자들을 조합원이 구했다”고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업살인법안은 산업안전보건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말하는 것으로 기업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에쓰오일은 이 시설을 2018년 4월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당초 예상보다 35% 가량 빠른 속도로 건설을 진행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에쓰오일은 공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되기도 전에 진행률 46.8%를 보였다.
민주노총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 에쓰오일이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될 경우 고용노동부의 조사기간 동안 공사중단기간을 연장해야 하거나 혹은 안전규범 등을 준수하기 위해 작업속도를 늦춰야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에쓰오일의 산업재해를 계기로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종오 울산북구 무소속 국회의원과 김종훈 울산동구 무소속 국회의원은 22일 공동논평을 내고 “노후된 석유화학공단에서 한해에만 수십 명의 노동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며 “기업살인처벌법을 제정하고 국가산업단지 안전 및 지원대책도 지속적으로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에쓰오일, 폭발사고로 신뢰도 타격 입을 수도
알 감디 CEO는 잔사유고도화시설과 올레핀하류시설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마무리한 뒤 성장전략을 세우려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완공시점이 늦춰지거나 안전관리부실 등으로 신뢰도에 타격을 받을 경우 이런 계획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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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에쓰오일의 잔사유고도화시설과 올레핀하류시설 건설현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
알 감디 CEO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잔사유고도화시설과 올레핀하류시설 건설사업을 일정과 예산범위 안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사업을 마무리한 뒤 어떻게 성장할지 올해 새로운 비전과 성장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아직까지 울산 공사현장의 폭발사고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완공시점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공사중단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역할이라 예측하기 어렵다”며 “아직까지 울산에 짓고 있는 시설의 완공시점 변경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한달 안에 공사를 재개할 경우 완공일정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인명재해를 제외하면 폭발사고로 타격을 입은 것은 대형크레인 1대와 유류배관, 굴삭기 1대와 자동차 2대로 사고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존의 공사진행속도도 빨랐어서 원래 완공예정시점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에쓰오일은 이번 사고가 중간배당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중간배당 등은 전혀 무관하다”며 “중간배당은 원래 계획을 세웠던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 주가는 24일 직전거래일보다 0.94%(900원) 오른 9만7천 원에 장을 마쳤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21일에는 20일보다 1.0%(1천 원) 떨어졌지만 중간배당 등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다시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고가 난 잔사유고도화시설은 찌꺼기기름을 프로필렌이나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모두 4조 8천억 원을 들여 2018년 4월까지 잔사유고도화시설과 올레핀하류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는 국내에서 시행된 단일플랜트 공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는 대림산업 시공구역에서 발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