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리스크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해온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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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30일 “우리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위험노출액이 낮은데다 충당금적립률이 높아 고질적인 약점이던 자산건전성을 항햔 우려를 털었다”고 바라봤다.
우리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손실을 미리 잡아놓은 영향으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추가적 손실의 압박에서 벗어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여신은 ‘요주의’ 등급을 받아 해당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그 등급에 걸맞는 7~19% 가량의 충당금을 쌓았는데 우리은행은 이미 56%의 충당금을 잡아놓았다.
지금까지 합의된 조건부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시중은행들은 무담보채권의 80%를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으로 전환한다. 우리은행은 특히 이번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 무담보채권을 놓고는 100% 충당금을 미리 쌓아두었다. 이에 따라 오히려 환입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선제적 리스크관리는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등 조선 4사 여신부실로손실을 떠안으며 생긴 학습효과 덕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신심사정책부서 안에 산업분석팀이 따로 있어 업종별로 세심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조선업황이 좋을 때부터 사전에 위험을 민감하게 감지해 STX조선해양이나 SPP조선 같은 도산한 조선사들의 피해에서도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이 취임부터 강조한 ‘뒷문잠그기’ 전략이 자산건전성 개선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이 열심히 낸 수익을 부실기업 여신지원과 같은 ‘뒷문’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경영방침을 누차 밝혔다.
우리은행은 민간은행이긴 했지만 그동안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탓에 국책은행의 역할을 피하기 어려웠다. 우리은행은 대규모기업 구조조정에서 주요 채권단에 항상 포함됐다.
이제는 민영화를 이뤄 더이상 불필요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만큼 우리은행 자체의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더욱 민감한 리스크 관리기법을 만들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부도진단시스템 마련하고 있다. 부도진단시스템은 부도 차주의 패턴을 분석해 리스크를 조기에 알려주는 도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매년 전체산업을 34개 군으로 분류해 각 군에 적합한 세부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은행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 덕분에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