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이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제한 등으로 건설사들의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결 여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부터 토지를 사들여 이런 상황에 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계열사인 중흥토건 등을 통해 확보한 토지규모만 1조4천억 원대로 중견건설사들 가운데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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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
중흥건설 관계자는 “미리 사놓은 부지에다 앞으로 사들일 토지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주택사업 용지확보를 놓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신규택지 개발을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공공택지 공급마저 크게 줄이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땅을 찾기 힘들어 졌다. 하지만 중흥건설은 이런 어려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셈이다.
중흥건설은 올해 전국 13개 단지에서 1만2500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5년 연속으로 1만 이상 분양하는 것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도 1만 가구 이상 매년 분양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고품질의 아파트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건설이 대규모로 토지를 확보해 둘 수 있었던 것은 정 회장의 선구안 덕분이다.
정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판단해 몇년 전부터 토지매입에 매진했다”며 “아파트를 팔아 이윤이 생기면 주저없이 땅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76살 고령이지만 요즘도 아침 일찍 출근해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열아홉에 목수로 처음 건설업에 발을 들였고 경험이 쌓인 뒤 지인과 뜻을 모아 1983년 회사를 세웠다.
정 회장은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려면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업 초기에 한 연립주택 공사에서 시공이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자 30% 이상 공정이 진행됐던 집을 아예 부수고 새로 짓기도 했다.
입지를 보는 안목도 사업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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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
광주에서 사업기반을 다진 중흥건설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세종시 주택공급사업 덕분이다. 정 회장은 대형사들이 사업성이 없다며 수백억 원의 위약금을 물고 포기했던 세종시 땅을 사들였고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많은 1만3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분양은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정 회장은 “세종시가 ‘강남’처럼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준공을 목표로 수원 광교에 짓고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청약에는 광교지역에서 분양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광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거액을 베팅했고 대형건설사 컨소시엄을 제치고 부지를 손에 넣었다.
중흥건설은 2016년 시공능력평가 33위에 올라 2015년보다 6계단 올랐다. 2012년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77위를 차지했지만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최근 순위가 급격히 상승했다.
정 회장은 장남 정원주 사장에게 2013년부터 중흥건설 대표를 맡겼다. 차남인 정원철 사장은 2006년부터 중흥종합건설 대표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