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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위니아만도 인수를 포기했다.
현대백화점의 유통망과 위니아만도의 생활가전간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의 강경한 인수조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위니아만도는 올해 들어 인수협상이 세 차례 무산되면서 새 주인을 찾는 데 더욱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정지선, 위니아만도 인수 포기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위니아만도 인수를 철회했다고 5일 밝혔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7일 위니아만도 최대주주인 위니아만도홀딩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기한인 4일까지 확정적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인수협상을 중단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인수철회에 대해 “위니아만도를 인수할 경우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채널을 통한 렌탈사업과 주방가구 사업확대 등의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며 “주력상품시장이 포화상태고 경쟁이 심화해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인 만도(옛 만도기계) 가전부문에서 시작한 회사다. 1995년 내놓은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가 히트하면서 이름을 얻었다.
이밖에도 에어컨과 제습기 등 가정용 공조기기를 생산한다. 1999년 한라그룹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컨소시엄인 시티벤처캐피탈파트너스(CVC)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정지선 회장은 최근 유통사업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동양매직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한 뒤 위니아만도 인수를 추진했다.
정 회장은 유통시장 불황으로 현대백화점 실적이 부진하자 유통업과 시너지가 큰 생활가전제품 제조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7656억 원과 영업이익 1720억 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1.52% 줄었다. 2012년 현대백화점 충청점을 낸 이후 새로 출점한 곳도 없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생활가전업 진출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충분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또 다른 매물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니아만도 주인 찾는데 난항 겪을 듯
위니아만도 최대주주인 CVC는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결국 인수를 포기하면서 위니아만도는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CVC는 올해 들어 현대백화점그룹 이전에도 두 차례나 인수할 주인을 찾았으나 목전에서 실패했다. 지난 3월 KG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협상에 나섰으나 무산됐다. 그뒤 대유그룹이 계열사 대유에이텍을 앞세워 위니아만도 인수를 추진하려 했으나 뜻이 맞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위니아만도 인수가 번번이 무산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위니아만도의 노동조합을 꼽고 있다. 노조는 KG그룹의 경우 투기자본이라고 격렬히 반대했고 KG그룹은 노조의 이런 저항에 부딪혀 양해각서를 맺은 지 약 2주일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노조가 강경한 인수조건을 내세우자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니아만도 노조는 현대백화점에 ▲ CVC가 매각대금 7%를 위니아만도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으로 지급 ▲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지분 5%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 ▲ 위니아만도 조직 2년간 유지 보장 ▲ 위니아만도 조직개편 및 인사는 노조와 합의 후 시행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위니아만도의 기업문화가 달랐다”며 “통일성 있는 문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부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