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완전히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국내증시에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8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할 계획을 밝힌 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오히려 완화됐다”며 “코스피지수가 대외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2월 초까지 오름세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 영국 런던의 외교부시설인 랭카스터하우스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련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그러나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더라도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메이 총리가 이전에도 공식석상에서 영국이 유럽연합의 단일시장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여러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이 지난해 6월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을 때부터 하드 브렉시트가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며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다 영국 은행들이 부도를 낼 가능성도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시스템적인 리스크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탈퇴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단일시장에서도 탈퇴하는 강경안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영국 정부와 의회가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된 협상을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따라 증시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김영환 연구원은 “영국 정부가 정말로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려는 것보다는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의회를 압박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며 “강경한 협상안을 처음 제시한 뒤 의회와 논의하면서 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 만큼 협상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바라봤다.
국내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 지난해에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돼 하드 브렉시트라는 악재를 상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코스피 상장기업 226곳은 지난해에 순이익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는데 2015년 88조7338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이 유럽 각국의 선거와 맞물리면서 국내증시에 중장기적인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네덜란드는 3월에 총선거를 치르며 4월에 헝가리 대선, 5월에 프랑스 대선, 9월에 독일 연방의회 선거가 열린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영국이 유럽연합의 단일시장까지 떠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반 유럽연합 정서가 넓게 퍼질 수 있다”며 “유럽의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내증시의 변동성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지수는 18일 전날보다 1.33포인트(0.06%) 떨어진 2070.54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의 단일시장을 떠날 가능성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한 경제정책 등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기관투자자가 전기전자 업종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하락폭을 줄였다.
코스피에서 기관투자자는 869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는 191억 원, 개인투자자는 692억 원 규모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89포인트(0.46%) 하락한 626.89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미국 나스닥 지수의 하락에 영향을 받았지만 외국인투자자가 9거래일 만에 매수로 전환해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278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기관투자자는 61억 원, 개인투자자는 231억 원 규모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