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신당은 정말 개혁보수적인가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하고 있다. 유 의원 뒤쪽으로 정병국 창단준비위원장과 김무성 의원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개혁보수신당은 지난해 12월27일 ‘깨끗한 보수’와 ‘따뜻한 보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식 출범했다. 

우리 정당사에서 4당 체제가 재등장한 것은 1996년 이후 꼭 20년 만이다.

집권 보수여당이 둘로 쪼개진 것이 사실상 처음인데다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아 개혁보수신당에 쏠리는 관심의 무게는 결코 작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개혁보수신당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정말 ‘신당’으로서 ‘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게 선거연령 18세 하향 사안이다.

선거연령 하향은 당초 민주당 등 야3당이 찬성 입장을 보인 데다 개혁보수신당도 ‘개혁입법 1호’로 내세울 정도로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 올해 정기국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개혁보수신당은 하루 만에 입장을 갑자기 번복했다.

정병국 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5일 “당헌.당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론으로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추후 당내 토론을 거쳐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연령은 18세로 하기로 합의를 봤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법안을 통과시키고 가능하면 이번 대선부터 적용하도록 하겠다”던 전날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일부 의원은 ‘만 18세는 선거에 참여하기에 미숙한 존재’라는 시각도 보였다.

권성동 의원은 “18세는 우리나라에서 고3인데 고3은 부모와 선생님에 대한 의존이 심하고 독자적 판단능력이 부족해 투표권을 안 줘도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다”며 “고3을 무슨 선거판에 끌어들이느냐, 공부 열심히 해야지”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만 자기들에게 유리하니까 관심 있다”고 말해 선거연령 하향이 보수정당에 불리해서 반대한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정권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교육현장을 정치논란에 빠뜨리는 데 대해 당내 반발이 강하다”고 말했다.

개혁보수신당의 오락가락 행태는 구성원들이 특정한 가치를 공유하기보다 ‘비박’이라는 고리를 매개로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데 따른 ‘예고된 불협화음’으로 보인다.

신당이 입장을 바꾸자 당장 야권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6일 개혁보수신당을 “제가 보기엔 소방관 흉내 내고 있는 방화범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선거연령 당론 취소와 관련해 “이것이 개혁보수신당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 것”이라며 “투표연령을 18세로 하향하는 것이 좋은 얘기 같으니 일단 찬성했다가 당장 1~2월에 고쳐야 할 것 같으니까 확 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신당이 마치 개혁보수의 새로운 당인 것처럼 흉내를 낸다”며 “거짓말을 아주 밥 먹듯이 하는 집단임을 정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혹시나 했던 개혁보수신당이 역시나 수구적 행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고3이 무슨 선거냐, 공부 열심히 해야지’라는 주장에는 저들의 편협하고 낡은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힐난했다.

개혁보수신당 의원들은 고3이 아직 어리고 미숙하다고 봤지만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우리 고3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의 판단이 얼마나 현실감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결성된 전국청소년혁명 공동대표 정진우(18)군은 “최측근 의견만 듣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여론을 듣는 인물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박모(18)군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생 이모(18)양은 “투표권을 얻으면 이제 시민으로 대접받는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함께 커질 것 같다”며 “입시지옥과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줄 사람에게 한 표를 주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거짓말만 일삼는 '철없는' 어른들보다 더 낫지 않은가.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