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낸시 에르난데스 로페즈 미주인권재판소(IACHR) 소장이 3일(현지시각)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IACHR 법원 본청에서 의견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주인권재판소(IACHR)는 3일(현지시각) 미주 지역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며 환경 보호를 저해하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비구속적 자문 의견을 내놨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IACHR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20개국 관할권을 가진 국제 재판소로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해양법법원(ITLOS), 유럽인권재판소(ECHR) 등과 함께 국제적으로 권위가 높은 법원이다. 실제로 IACHR이 내놓은 의견서는 비구속적이나 각국 법원에서 판결을 내릴 때 참고하는 사례가 많다.
이번 의견서는 콜롬비아와 칠레 정부 등이 요청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의 기후변화 책임에 관한 판단을 담고 있다.
IACHR은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채택해야 한다"며 "또 각국은 기후변화에 관련된 정치 및 규제를 통해 '그린워싱'을 단속하고 기업들의 부정적 영향을 억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재판소는 이어 "그들(기업)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위험이 실존하기에 그들에게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화석연료의 탐사, 채굴, 운송 및 가공, 시멘트 제조, 농업 등을 예로 들었다.
사실상 화석연료 그 자체가 기후변화를 일으킨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IACHR은 "각국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인권과 기후변화 문제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행동할 수 있는 법안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며 "최대한 야심차고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구체적 시한과 함께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화석연료 기업들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국제법원은 IACHR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국제해양법원은 온실가스가 해양 환경을 파괴하는 오염물질이고 각국은 배출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낸시 에르난데스 로페즈 IACHR 소장은 가디언을 통해 "기후변화는 이미 취약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위험을 일으킨다"며 "심리 과정에서 우리가 보고 접수한 증거를 보면 우리가 기후대응에 나서지 말아야 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