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끈 체질 개선이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지며, 하반기 자본건전성 반등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순이익과 자본건전성 모두에서 아쉬운 흐름을 이어갔다.
 
한화생명 무디스 신용평가 상향으로 '빅3' 위상 회복, 여승주 글로벌 투자 유치 본격화하나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상향 뒤 자본건전성 반등에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신용등급 상향은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이후 한화생명의 글로벌 투자자 대상 자금 조달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평가결과를 종합하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 이어 해외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도 한화생명 신용평가 등급을 올려 잡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기준이 단기 실적보다도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 및 꾸준한 이익창출력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 결과로 풀이한다.

실제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생명의 보장성 보험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리스크 관리 강화, 자본정책 안정성 등을 등급상향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무디스는 평가 결과를 내놓으며 “국내 최대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우수한 판매역량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 상품 포트폴리오로 개선되고 있다”며 “꾸준한 신계약 유입과 듀레이션 갭 최소화로 금리 리스크에도 안정적 지급여력비율(K-ICS)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여승주 부회장이 자본관리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이익체력 회복을 목표로 상품 포트폴리오 개편을 이어온 점이 긍정적 평가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여 부회장은 자회사형 GA 체제를 바탕으로 제판분리를 빠르게 정착시킨 인물로 이를 활용해 영업 경쟁력을 높이고 보험이익 중심 경영체계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 부회장의 전략이 이번 등급 상향 배경으로도 작용한 셈이다.

특히 이번 신용등급 상향은 한화생명이 지난해 배당을 하지 못해 자본관리 우려가 확대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에도 보험손익은 안정적으로 냈지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투자손익이 크게 줄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 역시 지난해 말보다 8.7%포인트 낮아져 금감원 권고치인 150%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잠정집계됐다.

보험사는 사실상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안정적으로 웃돌아야 배당 여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자본건전성은 시장의 핵심 관심사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배당가능 이익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며 “배당 재개를 목표로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신용도 개선은 자본조달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신용평가사의 등급 결과를 투자 판단에 참고하는 만큼 이번 등급 상향은 실질적 자금유치 개선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무디스 신용평가 상향으로 '빅3' 위상 회복, 여승주 글로벌 투자 유치 본격화하나

▲ 한화생명은 이번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으로 다른 대형 보험사들과 동등한 수준의 신용평가 등급을 받게 됐다.


다른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과 신용도 격차를 좁혔다는 점에서도 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 소위 ‘빅3’ 생명보험사(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가운데 한화생명만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았다. 이는 기존 저축성보험 중심 포트폴리오가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을 내기 불리하고, 자본 리스크관리 측면에서도 소폭 낮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업계 상위권 보험사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는 시장에서 자금조달이나 투자유치 면에서 일정 부분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된다.

이번 등급 상향으로 다른 대형 보험사들과 같은 출발선에 서며 시장에서 자금조달, 투자유치 등에서 일정 부분 불이익이 해소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글로벌 투자자 유치 등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한화생명은 신용등급 상향 보도자료를 내며 “앞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보험사로서 고객과 국내외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국내외 투자자’를 주목하며 제기된 의견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업권 특성상 공식적으로 해외 기업소개(IR) 등을 대대적으로 다니는 곳은 거의 없다”며 “다만 국내 주식에도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다수 참여하는 만큼 신용등급 향상은 투자자 유입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