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미반도체가 2025년 1분기 상당한 매출 증가를 이뤄냈지만, 이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전 상당량을 주문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미국의 추가 대중 반도체 규제에 따른 하반기 실적에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추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장비까지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반도체 장비 공급이 막히게 된다면, 한미반도체는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반도체 장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반도체가 2025년 1분기 기대 이상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지만만, 매출 편중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반도체는 2025년 1분기 매출 1474억 원, 영업이익 696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90%, 영업이익은 142% 증가했다.
다만 전체 매출 1473억 원 가운데 1458억 원 정도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98%를 넘어서는 비중이다. 북미와 남미, 유럽 지역 수출 비중은 모두 합쳐도 1%대에 그친다.
한미반도체가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비 일부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마이크론 HBM 공장에, 일부는 중국 반도체 업체에 공급한 것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한미반도체 장비는 SK하이닉스의 HBM 개발에 활용된다”며 “중국 고객사들은 SK하이닉스가 쓰는 모든 장비를 확보하기 원한다”며 “한국에서 수출하는 HBM용 장비가 중국에서 강력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보도했다.
중국의 수요 급증은 미국의 추가 반도체 규제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장비와 기술 수출을 막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와 메모리 제조사 YMTC의 여러 자회사 역시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안건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자유시보 역시 중국 매체를 인용해 한미반도체의 중국 HBM 공급이 막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미반도체의 고대역폭메모리(HBM)용 공정장비 TC본더. <한미반도체>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 규제를 통해 CXMT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을 개발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CXMT는 최근 3세대 HBM2E 양산에 돌입했으며, 내년에는 4세대 HBM3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2020년 0% 대였던 CXMT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올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낸드플래시 기업 실리콘모션의 윌리스 C. 코우 최고경영자(CEO)는 CXMT의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2025년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수요가 막힐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공급하며 ‘AI 붐’의 핵심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다만 매출 비중 70%가 넘었던 SK하이닉스와 관계가 악화되면서 고객사를 다각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와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공급받기로 하면서, 곽동신 회장은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화권 증권사 CLSA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2025년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을 40% 대까지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