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3천억 원)에 인수하면서, 이미 냉난방공조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LG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두 회사는 안정적 매출 창출이 가능한 기업간거래(B2B) 사업이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냉난방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30년 140조 원으로 성장할 세계 냉난방공조 시장 선점을 놓고 양보 없는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그룹의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37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업체인 플랙트그룹은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을 가졌으며, 유럽의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도 활용 가능한 공조 기술을 지녔다고 평가된다. 연 매출은 7억 유로(약 1조1천억 원)를 넘어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냉난방공조 사업 확대을 위한 투자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미국 존슨콘트롤즈의 냉난방공조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미국 냉난방공조 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공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미 냉난방공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로 아파트, 리조트, 호텔, 사무실 등에 맞춤형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이번 플랙트그룹 인수로 AI 데이터센터용 대규모 냉난방공조 사업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플랙트그룹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공조 솔루션으로 여러 빅테크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또 서버 액체 냉각 방식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에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했다.
삼성전자가 냉난방공조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이유로는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산업과 안정적 B2B 매출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중앙 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 달러(약 86조4천억 원)에서 2030년 990억 달러(약 140조3천억 원)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약 62조5천억 원)로,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난방공조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3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의 냉난방공조 사업은 최근 5년 동안 매출 기준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으며, 올해 30% 이상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LS엠트론을 인수하며 냉난방공조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LG전자와 향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냉난방공조를 미래 산업으로 손꼽고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30년 B2B 매출 비중 4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냉난방공조를 회사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키우고 있다.

▲ LG전자의 미국 보스턴 냉난방공조(HVAC) 아카데미 모습. < LG전자 >
지난해 11월 LG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냉난방공조 사업을 ES사업본부로 독립했다. 또 지난 4월 기존 ES사업본부가 담당하던 전기차 충전 사업을 종료하며, 냉난방공조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 회장 지원 아래 LG전자의 냉난방공조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S사업본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54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영업이익은 4067억 원으로 21.2% 증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대표 냉난방공조 제품인 세계 ‘칠러’ 시장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냉난방공조 업계 1위 기업인 일본 다이킨을 제치고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삼성전자가 대형 기업 인수를 통해 냉난방공조 시장 잡기에 나섰지만, LG전자가 이미 탄탄히 다져온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냉난방공조 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2024년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13조 원으로, 추가 투자에 나설 재무여력은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후발주자로 들어와 막대한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투자로 업계 1위를 차지한 경우가 많았다”며 “LG전자가 안정적 냉난방공조 사업을 유지하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삼성전자 역시 빠른 추격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