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경영권 방어 명분을 쌓고 있다. 

본업인 아연, 연(납) 제련업의 부진에도 희소금속·전략광물 사업의 성장으로 이를 만회하며 수익성 확보에 성공했다. 
 
고려아연 악재 뚫고 1분기 실적 선방, 최윤범 경영권 수성 명분에 힘 실리나

▲ 고려아연이 아연, 연 등 주력 품목의 업황악화에도 희소금속·전략광물 등의 매출 확대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이 분쟁 상대방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와 대비해 경영능력이 우위에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싣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와 비교해 최 회장의 경영능력이 우위에 있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고려아연과 증권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시행한 희소금속·전략광물 수출통제 조치로 인해 가격 강세가 지속되며 고려아연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이 다루는 희소금속·전략광물은 △안티모니(안티몬) △인듐 △카드뮴 △텔루륨 △비스무스 등이다. 이 가운데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안티모니로, 국내에서는 고려아연이 유일한 생산기업이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비스무트, 텔루륨 등 매출이익률이 높은 희귀·희소 금속의 회수율을 품목별로 20~30%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 관련 공정을 개선해 왔다.

회수율은 정광(불순물을 1차 제거한 금속을 함유한 광석)에서 원하는 금속을 추출하는 비율로, 고려아연과 같은 제련업체의 수익을 결정한다. 

제련업체와 광산기업은 매년 ‘벤치마크 회수율’을 합의해 제련수수료(TC)를 결정하는데, 제련업체가 실제 제련과정 회수율을 높이면 벤치마크 회수율 이상의 초과추출 금속(프리메탈)은 제련업체의 수익으로 잡힌다. 따라서 회수율을 높이고 희소금속의 가격도 상승하면 고려아연의 수익성은 더 높아지는 구조다.

희소금속 부문 사업의 선전은 아연·연 등 주력 품목의 실적 부진을 메워주고 있다.

고려아연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8328억 원, 영업이익 2711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 61.4% 영업이익 46.9% 각각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희소금속·전략광물 매출은 900억 원에 그치지만 영업이익은 72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만 80%에 이른다. 반면 주력 품목인 아연의 1분기 판매량(고려아연 별도기준)은 14만648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3% 줄었고 연(납)은 10만4452톤으로 9.1% 감소했다.

안정적 실적 성장세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수성에도 힘을 싣어줄 수 있다.   

영풍의 장씨일가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연합을 구성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MBK·영풍 연합의 지분은 40.97%로 우호세력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 34.35%에 앞서 있다.

최 회장 측은 상법 상 ‘상호주 제한’ 규정을 활용해, 2025년 들어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지분율 25.42%)이자 연합의 핵심인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 연합 측의 이사회 장악시도를 막았다.

다만 MBK·영풍 연합 측은 앞선 지분율 근거로 앞으로 있을 주주총회에서 이사 과반을 장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오랜 동업관계였던 영풍그룹의 장씨·최씨 일가가 갈라선데는 오너 3세인 최 회장 대에 사업다각화를 위한 신사업 투자를 놓고 두 가문의 견해차이가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의 대표적 신사업 투자는 2021년 12월 발표한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이다. 이는 △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폐배터리 재생 등 분야를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분야로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악재 뚫고 1분기 실적 선방, 최윤범 경영권 수성 명분에 힘 실리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021년 발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폐배터리 재생 등 분야를 회사의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사진은 고려아연이 지난 3월 참여한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의 부스 전경. 회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니켈 제련 -> 전구체 양산에 이르는 2차전지 가치사슬을 소개했다. <고려아연>

현재 2차전지 소재분야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니켈 제련->전구체 양산'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울산 온산공장에 구축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발전은 해외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올해 3월 한화그룹, 신한금융지주 등과 재생에너지 전력거래소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연합 측의 영풍의 경영악화와 MBK의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향후 신사업 성과에 기반한 실적 성장여부가 기관투자자,소액주주 표심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려아연은 2024년 10월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지분율 9.85%)를 올해 6·9·12월 등 3차례에 걸쳐 소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주민심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