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처럼, 성장에는 늘 그늘이 뒤따릅니다.

골짜기 없이 평평하게 유지하려면 특별한 처방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는 ‘압축성장’이라 불릴 만큼 빠르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새로운 기회로 골을 메웠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드] 경제성장 멈춘 시대, 경력자가 일자리 잡는 3단계 전략

▲ 한 취업박람회 모습. 


누구든 경력을 잘 쌓으면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선발기업의 노하우를 이식하고 싶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사람들을 데려갔습니다. 내수시장도 나쁘지 않아 한때 창업이 붐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성장이 정체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 골이 더 깊어졌습니다. 아직 일할 여력이 있는 기업의 간부나 임원들이 준비 없이 채용시장에 나오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관계사나 경쟁사, 협력업체가 불러줄 법한데 감감무소식입니다.

그곳 사정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채용실패를 통한 학습효과도 있어서 검증도 깐깐하게 진행합니다. 평판조회는 이제 필수절차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력자가 이직이나 전직을 하려면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

우선 전략을 잘 세워야 합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대졸 신입사원 자리에 응시하듯 마구잡이로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 백지 상태인 신입사원 지원자는 취업을 통해 색이 입혀진다면, 경력자는 이미 물감 범벅 상태입니다. 회사의 전체 그림에 어울리지 않으면 서류전형 통과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잘 맞을 곳을 찾아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지원하려는 회사에 필요한 색만 골라 돋보이게 꾸밀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펼쳐 놓고, 회사에서 관심 있을 만한 요소들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너무 겸손할 필요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담아 읽기 쉽게 스토리로 만들면 됩니다. 회사들마다 특색이 다를 것이므로, 조금씩 내용을 다듬어 보세요.
 
똑같은 이력서로 여기저기 지원하는 건 안이한 생각입니다. 수요자 관점에서 이력서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지원하는 회사에 맞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과 회사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면접 준비도 자연스레 이뤄집니다. 기업의 채용담당자나 면접관, 혹은 헤드헌터가 이력서의 몇 줄, 자기소개서의 몇 문장만 봐도 매력을 느끼도록 자신을 어필해야 합니다.

면접에 가서는 말을 아껴야 합니다. 아는 것이 많고 경험도 풍부하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입니다. 경력을 자랑하고 싶다거나, 한 수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접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면접을 시작할 때 면접관이 질문하는 내용만 간결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면접관이 궁금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어볼 테니까요. 

실제 성과와 사례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면 다음 질문이 이어질 것입니다. 장황하지 않게 핵심만 전달하는 연습을 미리 해두면 좋습니다. 쭈뼛거리는 모습도 간부나 임원에게 기대하는 장면은 아닐 테니, 예상 질문도 머릿속으로 그려서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비즈니스인사이드] 경제성장 멈춘 시대, 경력자가 일자리 잡는 3단계 전략

▲ 정민호 비즈니스피플 본부장.


 흔히 헤드헌터는 면접을 잘 봤다고 말하는 후보자를 믿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 가운데 일부는 기업 인사팀으로부터 불평의 대상이 되니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잔뜩 하고 가서 면접관들을 불쾌하게 만든 것이죠. 따라서 하고 싶은 말이 열 가지라면 꾹 참고 절반, 아니 두세 가지만 얘기하면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면접에 합격하면 기존에 입던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이 후보자의 과거 경험과 역량을 보고 채용했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일도 다르고, 조직 구성원도 다르고, 기업문화도 다릅니다. 적응력과 유연성이 타고난 사람이 있긴 하나,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에 외국인 임원 채용에서 실패가 많은 것도 이러한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조직과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재현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단시간에 바꿔내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신입사원과 달리 경력자는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함께할지 말지 판단이 빠릅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잃지 않으려면 새 옷에 몸을 맞춰야 합니다. 과거의 영광은 묻어둔 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합을 맞추고, 가장 이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많은 능력이 있어도 이를 모두 펼쳐 보일 시간적 여유는 없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바로 그 지점에 시선을 집중하고, 성과로 증명하면 기회의 문은 계속 열릴 것입니다.

최근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차갑습니다. 저성장과 정치적 혼란이 맞물려 좋은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는 핵심인재 채용 플랫폼 <비즈니스피플>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퇴임한 임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정년연장도 정치권에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에 불과해 보입니다. 기업도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위기애 처해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릴 여력이 없습니다.
 
갈수록 좁아지는 기회에 자신을 더 뾰족하게 다듬는 것밖에 다른 길이 안 보입니다. 전략적·선택적 지원과 두괄식 스토리텔링, 몸에 맞춰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에 맞춰 몸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별 접근을 통해 좋은 기회를 포착하길 바랍니다. 다음 회에는 실제 취업 사례를 바탕으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정민호 비즈니스피플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