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7개월 만에 노조 측과 2024년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하며 노사 갈등을 봉합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이제 미국 일관 제철소 건설을 위한 구체적 투자계획 마련에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총 8조5천억 원을 투입하는 미국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금융권 차입, 합작법인 파트너 물색, 합작비율 조정 등 자금 조달 계획에 따라 현대제철의 재무 부담이 달라지는 만큼, 철강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제철 7개월 만에 임단협 끝내, 서강현 이젠 미국 8.5조 제철소 투자자금 조달 '발등에 불'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일관 제철소 건립과 관련한 8조5천억 원 투자 자금 조달 계획을 상반기 내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15일 현대제철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미국 전기로 제철소 건립을 위한 세부 투자금 조달방안을 상반기 내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8조5천억 원)을 들여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투자계획을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2029년 상업 가동이 목표이며, 연간 270만 톤 규모의 자동차강판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의 북미 생산기지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현재까지 총 투자액 8조5천억 원 조달과 관련해 절반은 현지법인이 차입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절반은 현대제철을 비롯한 투자사들이 출자하는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윤곽 정도만 나온 상태다.

회사는 2024년 말 별도기준으로 부채비율이 70.5%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현금성자산이 1조8741억 원에 불과하다. 

회사는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외에도 CDQ신설, 당진제철소 LNG자가발전,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해외 스틸서비스센터 등과 경상투자에 2025년에만 1조8030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제철소 건설을 위한 투자금 조달 게획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24년 투자비가 증액된 가운데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등 탄소 감축 관련 설비 확충, 해외 스틸서비스센터(SSC) 확장 등으로 중기적 투자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부담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전략에 따른 영향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설 투자액은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2조3800억 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현지법인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으나 재무 부담이 따른다”며 “현대제철의 현 주가에 자산가치가 크게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핵심 자산 유동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는) 시가 기준 약 1조6천억 원 규모인 현대모비스 주식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앞서 회사가 2022년 HD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 추진 시 보유한 HD현대오일뱅크 지분 2.2%를 매각해 투자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2024년 말 기준 장부가액 1164억 원인 해당 지분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기존 주주들이 우려하고 있는 유상증자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다만 정관 상 발행 가능한 주식수 3억 주 가운데 회사가 현재까지 발행한 주식의 총수는 1조7011만9433주로 증자 여건를 위한 요건은 갖췄다.
 
현대제철 7개월 만에 임단협 끝내, 서강현 이젠 미국 8.5조 제철소 투자자금 조달 '발등에 불'

▲ 현대제철의 미국 전기로 제철소 건립과 관련해 최근 포스코그룹이 합작 투자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미국 제철소 합작법인의 투자 파트너가 누가될 지도 관심사다. 회사 측 기존 발표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그룹의 투자 참여가 유력하다. 또 포스코그룹이 합작 파트너사로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그룹 측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설 합작 투자와 관련해 "미국 제철소 투자에 다양한 전략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 시점에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 사장은 지난 7개월 동안 끌어왔던 2024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상을 15일 마무리했다.

화사와 노조가 그동안 의견차가 있던 성과급 지급 규모는 기본급 450%+1050만 원으로, 회사 측 제시안에 가깝게 합의됐다. 다만 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부분 직장 폐쇄 결정에 따른 타격으로, 증권가는 회사가 1분기 6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