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권 기후변화 '최악 시나리오' 대비, 보험사는 기후재앙에서 손 뗀다

▲ 5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시 시내가 며칠 동안 쏟아진 폭우에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금융업계에서 기후변화가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보험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염려해 기후재난 관련 보험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은행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일부 산업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관련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3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금융권들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앞서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협정을 맺고 글로벌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협의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 기상학계 분석에 따르면 기온 상승이 1.5도 벽을 넘는다면 변화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며 전 세계적 기후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 국내에서 기록된 피해액이 10억 달러(약 1조4691억 원) 이상인 대형 재난은 27건으로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 군터 탈링거 이사회 의장은 3일(현지시각) 가디언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의 위협은 이제 보험 없이는 모기지부터 각종 산업 투자까지 제대로 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며 “그런데 이제는 그 보험조차도 위험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안츠는 현행 글로벌 기후 정책 수준을 고려하면 글로벌 기온 상승은 3.4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가 약속한 기후 목표 1.5도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상승 수준이다.

알리안츠는 기온 상승이 3도를 넘어서게 되면 각국 정부의 재정 집행만으로는 기후 재난에 따른 피해를 구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탈링거 이사회 의장은 “현재 기온 상승은 보험사들이 보험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1.5도, 2도, 3도 선에 빠르게 근접해가고 있다”며 “경제가 작동하는 수학적 원리가 사실상 붕괴하고 있고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개인이나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글로벌 보험사들도 기후변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미래에는 보험 제공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보험사 아비바는 2023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기후 피해 금액이 2조 달러(약 2983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갤러거사는 2024년 한 해에 발생한 글로벌 기후 피해만 최대 4천억 달러(약 587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커지는 리스크에 미국 스테이트팜, 올스테이트 등 주요 보험사와 유럽 스위스리, 뮌헨리 등 재보험사들은 지난해 잇달아 제공하던 기후보험 상품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했다.

탈링거 의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례만 봐도 최근 산불로 인해 부동산 보험 운영을 종료하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부동산뿐 아니라 인프라, 교통, 농업, 산업에도 똑같이 피해를 미쳐 결국 대규모 신용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권 기후변화 '최악 시나리오' 대비, 보험사는 기후재앙에서 손 뗀다

▲ 미국 뉴욕에 위치한 모간스탠리 본사 입구 모습. <모간스탠리>

지난달 31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모간스탠리, JP모간 체이스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도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기온 상승이 3도를 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탈탄소화 정책이 후퇴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제 기온 상승이 3도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은행들은 기후변화 완화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 적응 작업에 수혜를 입을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더워지는 기후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냉방 장치 업계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간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3도 시나리오대로 기온상승이 이어진다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냉방 장치 시장은 매년 7%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스테판 버드 모간스탠리 지속 가능성 연구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가디언을 통해 "우리의 견해는 기후변화가 일부 업계에 이득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자본이 시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으로 냉각은 이같은 투자 자본 증가의 수혜를 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국제금융협회(IIF)도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세계는 이미 약속한 기후 목표를 지키는 것에 실패했다며 이에 따른 대책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르노 바그너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기후 경제학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내놓은 예측은 다들 언급을 피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세계 기온 상승은 1.5도 아래로 억제되지 않을 것이고 기후위험이 계속해서 악화될 것임이 명백하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투자 기회도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