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지분가치 2650억, 채형석 은근한 기대 6천억 '현격한 매각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사진)이 애경산업 매각으로 확보하려는 6천억 원 이상은 시장 가격과 괴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추진하는 애경산업의 매각을 놓고 시장과 그룹 내부의 눈높이가 달라 보인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과 실적 안정성 등을 부각해 매물가치를 높이려 하는데 애경그룹이 구조조정으로 급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 협상에 불리한 변수가 될 수 있다.

3일 애경그룹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시장에서 현재 거래되는 주가를 기준으로 추산할 수 있는 애경산업의 매각 가격과 애경그룹 내부에서 거론되는 매각 가격의 괴리가 큰 편이다.

애경그룹은 내부적으로는 애경산업 매각으로 6천억 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애경그룹이 보유한 애경산업의 지분가치는 이보다 훨씬 낮다.

이날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4200억 원 수준이다. 애경그룹이 보유한 지분율(AK홀딩스 45.08%, 애경자산관리 18.05%) 약 63%로 계산하면 2650억 원가량이다.

지분율이 과반이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해 30%의 가치를 더 얹는다 해도 3450억 원에 이르지 못한다. 채 총괄부회장이 원하는 6천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애경산업의 가치가 6천억 원 이상으로 책정될 수 있는 이유로는 3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애경산업의 실적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애경산업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양대 축으로 하고 있는데 모두 일상소비재로 경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꾸준히 팔리는 편이다.

애경산업은 최근 3년 동안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흐름대로라면 내년에 매출 7천억 원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영업이익도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492억 원을 기록했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거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0억 원이다. 통상 인수합병 시장에서 EBITDA의 10배 안팎에 거래가격 형성된다는 점에서 6천억 원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애경산업이 이 업계의 드문 매물이라는 점이다. 애경산업과 비슷한 회사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이 있지만 이 회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애경그룹만 해도 애경산업을 가지고 있었던 역사가 70년이 넘었다. 그룹의 모체였기 때문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없는 기업으로 분류됐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사모펀드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전이 흥행한다면 채 총괄부회장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게 된다. 사모펀드들이 애경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면 몸값이 높아질 여지가 충분하다. 시쳇말로 시가총액은 시가총액에 불과할 뿐이다.

애경산업의 매각 검토 소식이 알려진 지난 2일 애경산업 주가가 11.17% 급등한 것은 이런 분석이 일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애경산업이 다른 동종기업과 비교해 저평가됐다는 점이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애경산업은 주가수익비율(PER) 9배 수준으로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LG생활건강의 PER 28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의 PER도 12배가량이다.

물론 이런 사정들은 애경산업 매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애경산업 지분가치 2650억, 채형석 은근한 기대 6천억 '현격한 매각가'

▲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의 기업가치를 높여 파는 일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채 총괄부회장이 급박하게 내놓는 매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모펀드들이 애경그룹에 협상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사모펀드가 아니면 사실상 애경산업을 살 후보가 없는데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깎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 총괄부회장 입장에서는 애경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기 힘든 상황이라 사모펀드와 협상 힘겨루기에 밀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애경산업이 보유한 브랜드의 매력이 기업가치를 후하게 칠 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의 미국, 일본 사업 확대에 힘입어 화장품사업부문의 글로벌 매출 비중이 3분의 2가량 되긴 하지만 이들이 K뷰티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아니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애경산업이 안정적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들쑥날쑥한 경향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애경산업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10년 사이 좋을 때는 11.3%(2018년)를 기록했으나 부진할 때는 3.8%(2020년)로 하락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