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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LG전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에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러시아 칼루가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TV 공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러-우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와 그 인접 국가에서 수조 원대의 매출을 냈던 만큼, 현지 공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재가동 시점을 기다려왔다.
다만 3년 넘은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제대로 사업을 운영하지 못했던 만큼, 다시 진출하더라도 과거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지는 24일(현지시각) 정보분석기관 텔레콤데일리 자료를 인용해 2025년 1~2월 삼성전자의 러시아 마케팅 활동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광고 수도 지난해 11~12월보다 10% 증가했다.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사업을 축소했던 해외 가전 기업들이 지난해 봄부터 러시아에서 마케팅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는 비교적 늦게 합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남서쪽으로 188km 떨어진 칼루가주 공단에 TV와 모니터를 생산하는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계기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러시아 TV 시장점유율 1위였다.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은 2021년 3610억 루블(약 5조 87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거뒀는데, 러-우 전쟁이 터지면서 사실상 러시아법인 매출은 3년 동안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칼루가 공장을 매각하지 않고 전쟁이 끝나길 기다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러-우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르면 올해 내로 공장 가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러-우 종전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몇 주 안에 러-우 전쟁 종전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전자도 러시아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러-우 전쟁이 발생하기 전까지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공장에서 TV와 모니터,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생산했다. 전쟁 전 러시아 냉장고와 세탁기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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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주 루자에 위치한 LG전자 가전 공장 모습. < LG전자 >
2021년 러시아와 인근 국가에서 LG전자가 거둔 매출은 약 2조335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했다.
하지만 서방 제재로 루자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은 급격히 줄었다. LG전자는 현재 러시아 시장에 다시 열렸을 때를 대비해 공장 등에 필수 인원을 남겨두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러시아에서 가전 공장뿐 아니라 판매 채널도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다른 국가를 거치거나, 병행수입 형태로만 일부 제품이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고, 마케팅도 현지 광고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러시아 가전 시장은 2025년 115억 달러(약 16조 원)에서 2030년 135억9천만 달러(약 19조4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방 가전 부문은 연평균 5.38%의 준수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러시아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과 튀르키예 가전 업체들이 판매 채널망을 장악했고,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이에 따라 국내 두 가전 기업이 과거와 같은 시장 위상을 회복하는 데는 꽤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러시아 세탁기 시장은 중국 하이얼이, 냉장고 시장은 튀르키예 아르셀릭이 매출 선두를 달리고 있다. TV는 중국 하이얼, 샤오미, 하이센스 3곳이 나눠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점유율은 5% 이하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러시아 공장을 재가동하더라도 전쟁 전 수준까지 매출과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튀르키예와 한국 기업의 기술 격차가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 만회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