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 통상, 첨단기술 분야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계파나 성향과 무관하게 본인이 공언한 '먹사니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의 경제·통상·AI 전문가 영입, 정책 발굴에 쏠리는 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이 대표와 함께 하기로 한 전문가들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어떠한 정책아젠다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모두’와 ‘국민들의 질문’을 열쇠말로 삼으면서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의 ‘모두의 Q’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모두의 Q는 시민의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이다. 앞서 이 대표는 7일 ‘모두의 Q 프로젝트’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표시했다.

이 대표가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인 만큼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도 ‘모두의 Q’에 참여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의 Q 공식 홈페이지 토론 게시판에 게시된 시민들의 질문에 자신의 의견과 계획을 밝히고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1명씩 이른바 '질문 큐레이터'를 배치해 향후 공론화에 성공한 사안에 대해 입법 활동을 이어간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은 인공지능(AI) 전문가로 저서와 강연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IT 현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민주당 워크숍에서 박 센터장의 강의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센터장은 1999년 대한민국 최초의 허브사이트를 지향하는 ‘인티즌’을 설립해 언론계와 벤처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뒤 안철수연구소 경영지원실 실장, 웹보안 전문기업 자무스 대표이사, 열린사이버대학교 부총장, KTH 부사장을 거쳐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 됐다.

특히 챗GPT 기술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박 센터장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보좌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은 최근 AI 산업에 불어 닥친 중국의 딥시크 충격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의 경제·통상·AI 전문가 영입, 정책 발굴에 쏠리는 눈

▲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 Q'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델리민주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앞서 박 센터장은 3일 MBC 뉴스하이킥에서 우리나라의 AI 산업을 두고 “지금 알리바바가 가지고 있는 A100(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이 10만 장 넘는다고 봐야 된다”며 “우리나라 전체에 깔려 있는 A100보다 알리바바 한 곳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호응인 듯, 이 대표는 7일 윤석열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를 두고 "GPU 3천 장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의 전문가 영입은 경제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최근 홍성국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데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꼽히는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당대표 특보단 외교안보보좌관에 발탁했다.

이는 이 대표가 비전으로 제시하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잘사니즘'(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효용성이 높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가 이 자리에서 함께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 '잘사니즘'의 비전을 제시하는 이유가 있다”며 “경제를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인가, 민생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인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라고 강조했다.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의 경제·통상·AI 전문가 영입, 정책 발굴에 쏠리는 눈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성국 최고위원은 대우증권 사장을 역임한 ‘경제통’으로 꼽힌다. 홍 최고위원은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 LAB'의 창립멤버로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대표가 지난 21대 국회에서 그를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센터장에 임명해 당 경제브레인 역할을 맡긴 데 이어 이번에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중용했다. 향후 대선 과정에서 홍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홍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이 된 뒤 첫 회의에서 “우리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2500조 원인데 (중국처럼) 9%면 220조 원 정도 된다.”며 “추경론 얘기하며 20조, 30조 (얘기)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보면 상당히 우스운 상황”이라고 확장재정을 통한 경제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도 “제가 추경을 얘기하려고 했는데 (홍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흡족함을 나타냈다.

홍 최고위원이 거시경제 전반을 맡는다면 당대표 특보단 외교안보보좌관에 임명된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은 중국에 10%,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예고하며 무역전쟁의 서막을 열었다”며 “자국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각자도생 시대 개막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더 어려운 만큼 정치가 앞장서 통상위기에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향해 국회 통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의 경제·통상·AI 전문가 영입, 정책 발굴에 쏠리는 눈

이재명 대표(왼쪽)가 7일 국회에서 김현종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게 당대표 외교안보보좌관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차장의 영입은 이 대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김 전 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FTA 협상을 주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통상교섭본부장과 안보실 2차장으로 활약하며 트럼프 1기 행정부와 긴밀히 교류하는 등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된다.

김 전 차장은 이 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 각국이 더욱 강력해진 미국의 보호무역 체제에 대응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트럼프 1기 경험을 토대로 보다 정교한 준비를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잇따른 전문가 영입을 두고 "계파에 관계 없이 전문성이 뛰어난 인사들의 중용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이 대표의 정책수립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