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이 5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개최한 ‘보험개발원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업에서의 데이터와 디지털 활용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데이터 기반 보험 서비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 ‘실손24’인 만큼 기자간담회에서도 서두에 등장했다.
허 원장은 “지난해 보험개발원은 실손24로 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서 초연결 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 ‘실손24’로 보험금을 신청하면 따로 병원에서 서류를 뗄 필요 없이 신청한 보험사로 보험금이 청구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병원이 전산시스템(EMR)으로 소비자의 진료 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등으로 모든 과정이 편리하게 진행된다.
허 원장은 “실손24는 국민이 불편해하던 보험금 청구 절차를 혁신적으로 바꾼 서비스다”며 “이제 동네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종이서류 발급 없이 쉽게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제도는 지난해 10월 ‘1단계’로 병상 30개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리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제도는 올해 10월 ‘2단계’로 의원과 약국까지 확대돼 10월부터는 더 넒은 범위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손24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허 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제도 시행 확대 시점에 맞춰 10월까지 실손24 2단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이날 신년간담회에서도 실손24를 재차 언급하며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1차 시행 당시 연계기관인 병원들의 연계 속도가 더뎠던 만큼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8개월 안에 2단계 연계를 완료할지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행일인 10월25일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은 210개였다. 실질적으로 대중이 많이 찾는 소규모 병원은 거의 연계되지 않고 대학병원 위주, 그것도 소수만 서비스 시작부터 함께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연계 기관은 꾸준히 늘어 4일 기준 487개 병원이 실손24 서비스와 연결돼 있다.
하지만 487개 병원도 청구 전산화 1차 적용 대상인 7725개(병원, 보건소 등 포함) 기준으로는 6%, 1차 적용 대상 가운데 지금까지 참여를 확정한 4223개(병원 733개 및 보건소 3490개) 기준으로 해도 11% 수준이다.
이날 허 원장은 “현재 기준으로 기관이 많이 연계돼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3월31일 보건소 3500개가 추가된 뒤에는 4천여 개 기관에서 서비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한 결과, 실손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연계하기로 논의가 완료된 의원과 약국이라면 10월 이전에도 실손청구 간소화를 도입해도 괜찮다”고 말하며 1차 연계기관 가운데 참여하지 않은 곳에 더해 의원과 약국까지 꾸준히 연계 기관을 늘려나갈 것이라 말했다.
10월 실손청구 간소화 제도 2단계가 시행되기 전에도 연계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서비스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제도적 문제와 별개로 연계 기관을 늘려나갈 방법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 주도의 실손청구 간소화 확산추진단과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손청구 간소화 확산추진단에는 금융당국뿐 아니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도 참여해 미참여 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핀테크 업체 등과도 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보험개발원은 미참여 의료기관과 연계 확대를 목표로 확산공고를 추진하고 우편, 이메일 등으로 참여방법을 지속 안내하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그 방법이 모호하다고 지적된다.
▲ 보험개발원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 ‘실손24’ 구축에 힘써왔다. <보험개발원>
다만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연말 인사이동에서 ‘실손청구 전산화 추진단’을 별도 조직으로 신설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보험개발원은 조직개편을 발표하며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화 2단계 확산 업무의 신속한 의사결정 및 추진을 위해 실손청구 전산화 추진단을 독립조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에서는 허 원장의 임기가 올해 11월로 만료되는 만큼 그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핵심 추진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힘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허 원장은 한국은행에 입사해 금융계에 첫발을 내딛고 금융감독원 출범과 함께 금융감독원으로 자리를 옮겨 보험감독국 총괄팀, 경영지도팀·특수보험팀장과 상시감시·검사팀장 등 보험 부문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금감원 퇴임 뒤에는 금융보안원장과 신한은행 상근 감사를 지내고 2022년 11월 보험개발원장으로 취임해 3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