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 보험사들을 관리하는 기관이 향후 지역 내 기후피해가 급증해 각 회원국이 피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이 기후변화가 촉발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EU 보험관리당국 "유럽 기후피해 급증 전망, 비용 감당키 어려워질 것"

▲ 페트라 히엘케마 유럽보험연금감독청장. 유럽보험연금감독청은 최근 유럽연합이 향후 발생하는 기후피해를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보험연금감독청>


페트라 히엘케마 유럽보험연금감독청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재정 안정성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럿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사유재산 손실이 크게 발생하고 이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며 이에 따라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줄어 건설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보험연금감독청에 따르면 2023년까지 앞선 3년 동안 유럽이 기후변화로 인해 입은 피해액 규모는 연평균 약 445억 유로(약 66조9849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약 178억 유로(약 26조7929억 원)를 기록한 인플레이션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히엘케마 청장은 “피해가 발생하는 속도, 빈도, 영향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일단 우리 회원국들의 역량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기후피해가 커짐에 따라 피해 발생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보험연금감독청에 따르면 지난 42년 동안 유럽연합 전체가 입은 기후피해액 약 9천억 유로(약 1354조6980억 원) 가운데 약 4분의 1만 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보험연금감독청은 해당 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엘케마 청장은 “이 때문에 은행들에 있어 자사가 보유한 재산 가운데 어떤 것이 기후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구분하는 것이 주요 아젠다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럽보험연금감독청은 재정 위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자본이 결합해 공동 대응하는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파트너십을 유럽연합 외부로도 확대해 글로벌 차원에서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기후대응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유럽보험연금감독청의 노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엘카마 청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보험 감독 당국은 최근 발생한 재해들을 보면서 위험성에 대처하려는 결의를 계속 갖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위험 관리의 영역은 정치적 영역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