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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9월23일 서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료방송시장에 인수합병 불씨가 되살아나 새판짜기가 벌어질까?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 등 주요 유료방송회사들이 조건만 갖춰지면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정책도 케이블방송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인수합병을 열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CJ헬로비전과 딜라이브 등 케이블방송회사들이 매력적 매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 정책 변화 가능성
2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업계에서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내년에 인수합병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는 올해 안에 유료방송사업에서 규제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하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미래부가 두차례 토론회를 통해 제시한 방안을 보면 유료방송사업자의 지분제한과 케이블방송사업자의 권역제한을 폐지하자는 내용으로 집약되는 데 이런 쪽으로 정책이 결정되면 유료방송회사들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수월해진다.
현재 지상파와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사업자는 서로의 지분을 33%이상 보유할 수 없는데 이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걸림돌이 없어지는 셈이다.
케이블방송의 사업허가와 사업구역에서 권역기준을 없애면 현재 78개 권역 기준이 아니라 전국단위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료방송사들이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권역기준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라 결합을 불허했는데 그 전제가 되는 권역기준이 사라지면 이런 반대논리는 근거가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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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창조과학부는 10월27일 서울 목동에 위치한 방송회관에서 ‘유료방송 발전방안 1차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방송의 사업권역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케이블방송회사들도 인수합병 길을 터주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이동통신3사가 주도해 인수합병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케이블방송업계 내부에서 권역제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정책에 최종적으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케이블방송이 침체된 상황에서 권역제한을 폐지해 지역기반 경쟁력마저 잃게 되면 많은 중소형 케이블방송회사들이 인수합병의 ‘먹잇감’으로 완전히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런 의견을 모아 11월 말에 “권역제한을 폐지하면 인터넷방송이 일방적으로 케이블방송의 지역기반을 흡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업계의 의견을 좀 더 신중하게 수렴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인수합병 의지 숨기지 않아
이동통신사와 케이블방송사의 CEO들은 인수합병의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어 정책이 바뀌는대로 인수합병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9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제정돼 인터넷방송사업자가 케이블방송회사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된다면 인수합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인수합병 업무를 전담하는 팀을 만드는 등 인수합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도 10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상황과 정책변화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황근주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당장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지 않지만 법개정과 시장변화에 맞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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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
케이블방송은 인터넷방송에 밀려 경쟁력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줄어들고 실적도 후퇴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왔다.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 결합을 추진했고 딜라이브는 1년 넘게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다.
이통3사는 앞으로 성장동력으로 유료방송사업을 꼽고 케이블방송이 보유한 지역기반 경쟁력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 LG유플러스가 주도할 가능성
인수합병 가능성이 열리면 LG유플러스가 가장 적극적인 나설 공산이 크다.
자본력을 감안하면 이통3사가 인수합병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최고경영자의 임기와 회사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LG유플러스가 운신의 폭이 가장 넓다.
권영수 부회장은 LG유플러스에 취임한 뒤 만 1년이 됐는데 그동안 사업의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에 ‘1등 DNA’를 심는 데 주력해왔다.
인터넷방송은 성장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낮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권 부회장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점인 데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게이트의 여파도 가장 적게 받고 있다”며 “KT나 SK텔레콤보다 인수합병에 먼저 나설 수 있는 여력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