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국내선 맥주 투트랙 강화, 김인규 베트남 소주 공장 서둘러 세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테라’와 ‘켈리’를 앞세운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해외에선 첫 해외공장인 베트남 신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며 성장 동력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해 3월2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7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하이트진로>

[비즈니스포스트]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올해도 내수 주류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음주 문화 변화에 따른 시장 축소 추세가 이어지는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국내에선 ‘테라’와 ‘켈리’를 앞세운 투트랙 점유율 확대 전략을 강화하고, 해외에선 베트남 공장 준공에 속도를 내며 미래 성장동력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6208억 원, 영업이익 2229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치 대로라면 전년보다 매출은 3.99%, 영업이익은 79.84% 증가하는 것이다. 매출은 2023년(2조5202억 원), 영업이익은 2020년(1984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게 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내수 소주 시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났다. 오비맥주에 이어 점유율 2위인 맥주 시장에서는 매출이 줄었음에도 2023년 맥주 신제품 ‘켈리’ 출시로 치솟았던 판매관리비(판관비)가 내려가면서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외 주류 시장이 모두 어려운 상황은 결국 1등 기업이 유리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김인규 사장 앞에 펼쳐질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올해도 내수 주류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음용 문화 변화에 따른 시장 축소 추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가흐름은 좋지 않다. 3년 전인 2022년 1월 3만 원대를 넘나들던 하이트진로 주가는 이날 1만9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리포트를 통해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 부문별로 이익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가격 인상 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국내 주류 시장 침체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올 한 해 판매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7천 원에서 2만5천 원으로 낮춰잡았다.

◆ 맥주 투트랙 전략 강화, 소주 이은 국내 맥주시장 1위 탈환 행보 본격화

올해 국내에서 김 사장은 ‘테라’와 ‘켈리’를 앞세운 맥주 부문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며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23년 국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28.5%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점유율 46.8%를 기록한 오비맥주가 가져갔다. 오비맥주는 2012년부터 12년째 맥주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하이트진로가 켈리를 출시한 2023년 오비맥주와의 점유율 격차는 전년보다 1.3%포인트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통계는 가정 맥주 시장만 집계한 것으로 주류시장에선 과다 경쟁 방지를 위해 시장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시장 점유율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라며 “현재 하이트진로가 국내 맥주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서 ‘참이슬’이 국내 소주시장 판매 1위를 달리는 가운데 2019년 4월 ‘진로이즈백’을 새로 출시하며 업계 1위를 더욱 단단히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소주업계 최초로 두꺼비를 활용한 캐릭터 마케팅을 도입하며 진로이즈백은 출시 7개월 만에 1억 병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김 사장은 2023년 3월 하이트진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켈리로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소주에 이어 맥주 부문에서도 국내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켈리 마케팅 비용 등으로 크게 치솟았던 판관비는 지난해 지속 절감하며 효율화했다. 

올해 회사는 테라와 켈리 두 제품으로 기존 소비 제품에 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2030세대 공략을 강화하며 맥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베트남 신공장 건설 박차, 소주 세계화 선봉에

김 사장은 지난 3월 하이트진로 정기주총에서 “올해는 하이트진로가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창립 이래 최초로 베트남에 해외 공장을 건설하고 소주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86개 나라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회사 소주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내 공장 생산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해외 소주 생산공장 설립이 필수적인 셈이다. 2030년 목표는 5천억 달러로 잡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소주 수출 매출은 2017년 338억 원에서 2023년 1394억 원까지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베트남 현지 소주공장 공사를 시작해 3분기에 생산 설비를 설치하고 2026년 2분기 시운전 및 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는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최소 소주 100만 상자(3천만 병)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그 뒤 생산량을 차츰 늘려 1년에 500만 상자 이상을 만들기로 했다. 생산 물량의 80~90% 이상은 베트남 밖으로 수출된다.

작년 1~3분기 기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수출 물량의 1박스(30병) 기준 평균 계약단가는 2만4691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베트남 공장에서 매출 1235억 원(연간 500만 상자 기준)을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1962년생인 김 사장은 연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뒤 한 회사에서만 30년여 동안 인사와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업무를 두루 맡은 ‘하이트맨’이다. 

하이트맥주 영업본부 본부장과 하이트맥주 부사장을 거쳐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한 2011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2017년부턴 하이트진로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2014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연말 송년 모임 축소 등으로 인해 작년 4분기 매출 부진 우려가 컸으나 소주 시장에서의 강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매출 성과를 거뒀다”라며 “내년 베트남 공장 완공 이후 해외 시장 공략 또한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는 우상향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