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삼성E&A의 호실적을 이끌며 이익잉여금 쌓기에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삼성E&A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재무 측면에서도 안정적 모습을 보이는 만큼 업계에서는 12년 만의 배당 재개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 불황에 더해 신사업 확대 등을 위한 투자 중시 등 경영 기조를 고려하면 삼성E&A가 배당 재개를 결정할 지는 미지수다.
 
남궁홍 삼성E&A 현금 쌓기 성과 거둬, 선투자 기조에 배당 재개는 미지수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9월9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삼성E&A 페이스북 >


8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를 가리지 않고 옷깃을 여미는 혹한기 속에서도 삼성E&A는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E&A는 2024년 3분기까지 연간 누적 기준으로 매출 7조3880억 원, 영업이익 6759억 원을 냈다. 2023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5.3%, 6.6% 감소했다.

하지만 신규 수주에서는 해외건설 수주에서의 호재를 바탕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4조 원 초과가 확실시된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OCIS)에 따르면 삼성E&A는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109억8002만 달러(약 16조 원)를 수주하며 1위를 차지했다. 삼성E&A가 해외 수주에서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2012년 105억207만 달러 이래 12년 만이다.

삼성E&A의 높은 영업이익률 역시 다른 건설사와 실적 비교에서 차별화되는요소다. 삼성E&A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9.1%로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 2.76%를 크게 웃돈다.

높은 수익성에 힘입어 삼성E&A 이익잉여금은 2024년 3분기 별도 기준으로 2조372억 원까지 증가했다. 2023년 12월 말 이익잉여금이 1조2932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세 분기 동안 약 58% 증가한 것이다.

삼성E&A에 배당이 충분한 수준으로 현금이 쌓이면서 증권업계 등에서는 삼성E&A의 기업가치 상승 등을 위해 주주 환원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E&A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이유로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시장 불확실성 △관계사 투자 감소 우려 △주주 환원 재개 결정 미흡 등을 꼽았다.

장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세 가지 불확실성에 대한 회사 입장이나 대응 전략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려와 관련한 회사의 응답이 반등의 강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삼성E&A의 무배당 선투자 기조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많다.

삼성E&A는 지난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배당보다 재무구조 개선 및 신사업 투자가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삼성E&A는 2020년 말에 이미 상법상 배당지급 규정을 충족했음에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내부 유보를 통한 건전한 재무구조 달성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위해서 배당 지급을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내부유보를 통한 건전한 재무구조 달성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배당지급 여부 결정을 할 것”이라며 “주주의 권리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에 대해 지속 검토하고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남궁홍 삼성E&A 현금 쌓기 성과 거둬, 선투자 기조에 배당 재개는 미지수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5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에서 열린 ‘이네이블 테크 포럼(E&Able Tech Forum)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삼성E&A >


남궁 사장이 실제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 역시 배당 재개를 향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남궁 사장은 2024년에 전체 3700억 원의 투자비 가운데 2천억 원을 에너지 전환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놌다. 2025년 에너지 전환 부문의 수주 비중을 전체 16% 수준까지 늘리며 화공과 비화공에 이은 주력 부문으로 키우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남궁 사장의 노력은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삼성E&A는 2024년 12월 말레이시아 피닉스 바이오 리파이너리 프로젝트 공사의 낙찰통지서(LOA)를 접수했다. 본계약은 2025년 1월 안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사는 식물성 원료를 투입해 각종 화학섬유나 플라스틱 원재료가 되는 바이오 납사와 석유를 대체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의 생산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외에도 삼성E&A는 2025년 에너지 전환 분야의 수주 파이프라인으로 사우디아라비아 'SAN-6 블루암모니아 프로젝트' 등 6건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들의 규모를 모두 합치면 67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른다. 

남궁 사장은 재무전문가인 윤형식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를 겸하는 경영지원실장으로 임명하며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비재무 출신인 김대원 부사장이 경영지원실장이었다. 김 부사장은 30년 동안 삼성E&A에 재직하며 플랜트, 환경, 에너지 등 현장 사업을 맡아 왔다.

반면 윤 부사장은 경영기획팀 담당 부장, 경영기획팀장 등을 지낸 재무 및 기획 전문가로서 평가된다. 최근 2년 동안에는 삼성물산 EPC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에서 근무했다. 삼성물산 EPC 경쟁력 강화 TF는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아우르며 전략·인사·사업을 조율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남궁 사장의 이번 경영지원실장 인사에는 임기 마지막 해에 재무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는 셈이다.

삼성E&A 관계자는 2025년 배당 재개 여부를 묻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배당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견조한 실적 흐름이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주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