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내년 6세대 HBM4 경쟁에서 마이크론보다 더 빠른 제품 출시와 높은 기술력으로 반전을 모색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HBM4를 2026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삼성전자가 이보다 더 빠른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양산할 HBM4는 ‘1c D램’ 공정을 적용, 마이크론의 '1b D램' 공정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 수준인 데다 첨단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의 패키징 기술까지 접목해 제품 경쟁력에서 훨씬 앞서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HBM4를 양산해 가장 먼저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하며 HBM 시장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 부회장은 SK하이닉스를 앞지르는 기술력을 동원해 HBM4에서 승부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마이크론은 23일(현지시각) 향후 HBM 로드맵을 공개했다.
마이크론은 HBM4를 탑재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과 AMD의 ‘MI400’ 출시에 맞춰 2026년 관련 제품 대량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HBM4를 위한 D램 제작에는 안정적 수율(완성품 비율)을 확보한 5세대 ‘1b D램’ 공정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마이크론이 공개한 향후 HBM 출시 로드맵. <마이크론>
마이크론보다 빠른 삼성전자의 HBM4 출시는 고객사와 시장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일보는 지난 4일 루빈이 6개월 앞당겨져 2025년 중반에 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에 비해 HBM4 양산 시기가 더 빨라 엔비디아 물량 확보에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HMB4는 1c D램 공정을 적용하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HBM은 D램을 적층해 만들기 때문에 D램을 만들 때 어떠한 공정을 활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실제 HBM3E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두 회사의 미세 공정 기술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1b D램 공정을 활용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보다 한 세대 늦은 1a 공정을 사용해 소비 전력 효율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1b 공정을 건너 뛰고 1c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안정적 제작을 위해 기존 HBM3E에 활용하던 1b 공정을 HBM4에 적용한다. 1c 공정은 1b 공정과 비교해 속도는 11%가량 빠르고, 전력효율은 약 10% 개선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측은 “1b 공정을 활용한다는 것은 마이크론 HBM4의 시장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이크론처럼 HBM4에 1b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1c 공정을 다음 세대 HBM4E부터 적용한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도 HBM4E부터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2025년 하반기 엔비디아에 HBM4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 예정된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새로운 D램 공정을 도입하기엔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적층하는 D램 사이의 ‘범프’ 없이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더 높이 적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또 발열 개선과 성능 향상도 가능하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다.
▲ 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딩 패키징 기술 개념 이미지. < SK하이닉스 뉴스룸 >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양산할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HBM4는 12단 제품과 16단 제품으로 순차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데, 삼성전자는 HBM4 16단 제품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리준청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9월 “HBM 16단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지난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6년에 HBM4E 16단 제품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HBM 시장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CAGR) 100% 성장률을 기록하고, 2026년 30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를 형설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