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녹십자그룹(GC녹십자그룹)의 경영 체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년 동안 유지해 온 허일섭 녹십자그룹 회장과 그의 조카이자 핵심 사업회사인 녹십자(GC녹십자)를 이끌고 있는 허은철 대표의 '숙부-조카' 체제가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전무의 승진과 함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녹십자그룹 '숙부-조카' 체제 끝 보인다, 3세 허진성 승진으로 '사촌경영' 시동

허일섭 녹십자그룹 회장(사진) 장남인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기획본부 전략1담당이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승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그룹도 오너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녹십자그룹은 최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전략기획본부 전략1담당을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전무급)으로 승진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경영관리본부장은 녹십자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사실상 지주사의 살림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현재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는 허은철 사장의 동생인 허용준 사장과 삼촌 허일섭 회장 등 2명이다.

허일섭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형제 경영 체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지만 형제 체제가 아닌 사촌 체제로의 변화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녹십자그룹은 최근 10년 동안 '삼촌-조카' 경영체제를 이어왔다.

녹십자그룹의 실질적 창업주로 평가받는 고 허영섭 회장이 2009년 작고한 이후 허영섭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그룹을 이끌고 있ㄷ.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사장은 허영섭 회장의 차남과 3남이다. 허은철 사장이 2015년 1월 녹십자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녹삽자그룹에 '삼촌-조카' 경영체제가 만들어졌다.

2017년 3월에는 허은철 사장의 동생인 허용준 당시 경영관리실장이 녹십자홀딩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삼촌-조카 2명'의 공동 경영체제를 이루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전무가 지주사 주요 직책을 맡았다는 것은 새 경영체제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허진성 전무가 맡게된 경영관리본부장은 기존 허용준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기 직전에 맡았던 자리다. 앞으로 허진성 전무가 허일섭 회장의 뒤를 이어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허일섭 회장은 1954년생으로 올해 일흔에 접어든 만큼 승계 준비를 시작해도 무리가 없는 나이기도 하다.

아들을 지주사 최고재무책임자에 앉힌 것은 그룹 전반의 살림살이를 맡으며 자금 조달부터 인수합병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영 수업을 본격화한 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직까지 녹십자그룹의 후계 구도는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실질적 지분관계를 따져봐도 사촌경영 체제에 무게가 실린다.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는 허일섭 회장이다. 그는 9월 말 기준으로 녹십자홀딩스 지분 12.20%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그룹 '숙부-조카' 체제 끝 보인다, 3세 허진성 승진으로 '사촌경영' 시동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사진)과 동생 허용준 사장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시선이 나온다.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사장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2.63%와 2.91%로 낮은 편이다.

허진성 전무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0.77%에 그치지만 향후 허일섭 회장의 지분을 승계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사촌 경영 체제에서 지분경쟁을 할 우려도 있지만 삼촌-조카 경영체제에서 굳혀온 상생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오너일가의 친인척들도 지주사 지분을 잘게 나눠 보유하고 있는 데다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홀딩스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녹십자홀딩스 주요 주주 가운데 재단 3곳도 포함되는 만큼 최근 제약업계 경영권 분쟁처럼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한일시멘트 창업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회사를 이끌어온 만큼 녹십자도 그런 분위기로 흘러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