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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
현대중공업이 대대적 분사를 통해 앞으로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분할설립된 회사 현대로보틱스(가칭)의 지분을 확대해 현대중공업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주사체제를 갖출 것으로 관측된다.
◆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지주사로 삼을 가능성 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현대중공업이 사업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다”며 “궁극적으로 지주사체제로 전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을 통해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로봇과 투자부문 등을 분사하는 안건을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예정 분할일은 2017년 4월1일이며 신설법인은 내년 5월10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된다.
현대중공업은 분사를 통해 로봇·투자부문을 현대로보틱스(가칭) 신설법인으로 세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13.37%)는 현대로보틱스에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현대로보틱스는 새로 신설되는 법인(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뿐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각각 13.37% 보유하게 된다. 사실상 현대로보틱스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로 세우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정몽준 대주주는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을 10.15% 보유하고 있는데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10.15% 확보할 수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칠 경우 정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13.33%까지 높아진다.
양 연구원은 인적분할작업이 완료되면 현대로보틱스가 신설법인의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올려 자회사로 삼을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대주주 등 오너일가는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 3개 법인의 주식(각 13.33%)을 현물출자해 현대로보틱스의 신주를 취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유상증자 방식에 따라 정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이 모두 50% 이상이 돼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현대로보틱스가 보유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의 지분율도 모두 26.7%까지 늘어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다.
◆ 지주사체제 전환으로 어떤 효과 보나
현대중공업은 분할과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광식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분사를 통해 모든 사업부를 개별회사로 만들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가치는 모두 18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16일 기준으로 11조6660억 원이다. 각 사업부 분사를 통해 시가총액이 54.3%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사업부의 가치는 존속회사인 현대중공업이 8조8천억 원이고 현대로보틱스와 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가 각각 5조9천억 원, 2조1천억 원, 1조1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현대로보틱스에 넘겨주는 점도 기업가치를 재평가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를 내년에 상장하기로 했는데 이 경우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은 분사를 통해 존속법인(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형모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각 신설법인들에 차입금을 적절히 배치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도 하락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분할과정에서 존속법인이 부채의 71.7%, 자본의 79.6%를 보유하기로 했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분할 전 106.1%에서 분할 후 95.6%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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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
◆ 지주사체제 전환 남은 과제는?
현대중공업이 분사를 통해 지주사체제로 변화하기 위해서 풀어내야 할 과제도 있다.
중간금융지주사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로보틱스가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증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안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지만 현재 매각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는데 유일한 후보로 꼽혔던 LIG투자증권은 최근 내부적으로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LIG투자증권은 지난달 하이투자증권 실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과 선박펀드 등의 부실을 발견했다.
지배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존에 형성돼있던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형태로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했다. 하지만 현대로보틱스가 새 지주사가 될 경우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양형모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합병하는 방안도 가능한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