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1-05 15: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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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불가리아에서 15년 만에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에 포문을 연다.
윤 사장은 올해 해외수주 실적이 부진했는데 내년 불가리아 원전 본계약으로 수주실적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설계계약(ESC) 체결에 앞서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
5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설계계약(ESC)을 계기로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한 기반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낸다.
현대건설은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 위치한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와 원전 신규 건설공사의 1단계에 해당하는 설계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맺고 12개월 동안 사업을 진행하며 이번 1단계 설계에서 원전 지원요소와 보조시스템 및 사업지 인프라의 설계, 인허가 지원 등을 담당한다.
이번 설계의 구체적 계약금액과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신규 원전 건설공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날 현지에서 불가리아 오피스 개소식을 열고 불가리아 종합건설기업 GBS와 현장 가설 인프라 설계에 관한 계약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본격적 사업 착수에 발맞춰 지사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날 개소한 오피스는 현지 지사와 현장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는 거점 역할을 담당한다.
이로써 윤영준 사장은 2009년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 사례였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BNPP) 이후 15년 만에 해외원전 건설 재개라는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내딛게 됐다.
윤 사장은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4기 가운데 22기의 시공 주간사를 맡아온 기술을 토대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 사장은 9월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이 방한했을 당시 “원전 분야 세계적 시공 역량을 기반으로 코즐로두이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불가리아에 안전하고 안정적 에너지원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은 현대건설이 세계적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공식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2022년 5월부터 웨스팅하우스와 원전사업 공동참여 협약을 맺은 뒤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세계 절반 이상의 원전 원자로 및 엔지니어링 등을 제공한 웨스팅하우스와 풍부한 시공역량의 현대건설이 손을 잡은 것이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신규 원전 건설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원전사업의 폭을 한층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건설사가 원전의 시공만 담당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시공을 넘어 설계, 조달, 프로젝트 관리(PM) 등 고부가가치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또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설계단계부터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시공 때 정확성·안정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발주처와 협상을 거쳐 내년 2단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불가리아 정부가 코즐로두이 원전에 두고 있는 의지를 고려하면 현대건설dl 목표대로 내년 EPC 본계약을 차질 없이 체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불가리아는 지난해 말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맺어진 ‘2050년까지 원전 3배 확대’ 노력에 동참한 22개국 가운데 하나로 원전을 중요한 에너지믹스로 보고 있다.
이런 전략에서 불가리아 최초의 원전인 코즐로두이에 새 노형을 적용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동유럽 전문매체 씨뉴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말리노프 장관은 “웨스팅하우스와 현대건설의 노력으로 계약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12개월 안에 신규 발전소 건설 일정과 자금조달 등에 관한 구체적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 (앞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윤 사장과 페툐 이바노프 불가리아 원자력공사 사장, 엘리아스 기디언 웨스팅하우스 부사장 등이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국무회의 청사에서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설계계약(ESC)을 맺고 있다. <현대건설>
내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EPC 본계약은 윤 사장이 올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수주를 다시 확대할 기회로도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대건설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HSAGP에너지(현대자동차그룹·SK온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공사(8억96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현대차 반조립공장(2억4800만 달러) 등 2건의 그룹사 공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누적 해외 신규수주 규모는 한화로 약 1조5천억 원(11억4400만 달러) 수준이다. 올해 해외수주 목표로 설정했던 6조3천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해외 신규수주 69억4200만 달러(약 9조3천억 달러)로 건설업계 2위에 올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전으로 봐도 윤 사장 취임 뒤 연간 해외 신규수주 규모는 2021년 33억8900만 달러(약 4조5천억 원), 2022년 26억9500만 달러(약 3조6천억 원)였다.
다만 코즐로두이 EPC 본계약은 단번에 올해 축소된 해외수주를 일정 부문 만회할 수 있는 규모로 꼽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EPC 본계약을 통해 50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의 수주를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1건으로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를 단번에 넘어서는 규모다.
윤 사장은 올해 숨 고르기 이후 내년 해외수주 반등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의 내년 해외수주 파이프라인은 코즐로두이 EPC 본계약 이외에도 해를 넘어간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화학플랜트(LTC), 파푸아뉴기니 LNG플랜트 등에서 35억 달러(약 4조7천억 원) 규모로 전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원전 역사에 남을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며 “코즐로두이 대형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불가리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 전역에 원전건설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