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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더 플랫폼’, 우리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가?

이현경 muninare@empas.com 2024-10-22 11: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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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더 플랫폼’, 우리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가?
▲ 과장된 면은 있지만 영화의 의도는 매우 상징적이다. ‘플랫폼’은 본래 평평하다는 뜻인데 이게 아래위로 이동하니 계급이 발생한다는 발상이 의미심장하다. ‘더 플랫폼’의 구조는 미셸 푸코의 ‘파놉티콘’ 개념과 상통한다.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어서 감시가 가능한 건축물을 상상한 이야기 중에 가장 잔인하고 슬픈 영화일 거 같다. 사진은 '더 플랫폼 2' 포스터. <넷플릭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계급’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계층, 계급이 있다 한들 아무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던 시절은 지나간 거 같다. 

이제는 계급이라는 단어를 프로그램 홍보 카피에 드러내놓고 쓰고 있다. 요즘 최고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요리사를 흑수저 80명과 백수저 20명으로 구분하고 시작한다. 유명세나 미슐랭 가이드 별점 비중으로 출연진의 계급을 나눈다. 

이런 구분이 별 무리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계급이라는 단어, 개념, 실체를 향한 저항감이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TV에 노래나 춤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데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스테이지 파이터’가 흥미로웠다.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이렇게 세 분야를 나누고 거기 최고 춤꾼들이 기량을 겨룬다는 기획은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 

여기서도 등급을 나눈다. 처음에 탈락자를 선정해 제외하고 나머지 참가자를 1등급과 2등급으로 나누고 다시 경쟁을 시킨다. 

대중문화, 특히 예능은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장르다. 그렇게 보면 흑백요리사, 스테이지 파이터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혹은 겉으로 나타난 계급의 개념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고 본다. 

영화는 사회의 이슈를 가장 먼저 다루는 매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계급 문제를 다룬 영화는 무수히 않았지만 ‘더 플랫폼(2019)’은 드러내놓고 계급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은 이번 달 넷플릭스 제공으로 2편이 개봉되었는데 1편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이다. 

‘더 플랫폼’ 시리즈는 감옥에 갇힌 인간들 이야기이다. 특이한 것은 수감자들이 자발적으로 감옥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죄책감이나 자기 수련을 위해 감옥에 스스로 갇히거나 정신병원 대신 감옥으로 온 사람들이다. 

감옥의 건축 구조도 특별한데 수직 건물에 한 층마다 두 명씩 배치되고 가운데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있어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위에서 음식이 내려오는데 네모난 구멍에 딱 맞는 테이블에 음식이 차려져 있다. 

‘더 플랫폼’ 입소자의 규정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요구하고 소지하고 싶은 아이템을 하나 고를 수 있다. 가령 음식은 피자, 아이템은 칼이나 애완견을 요구할 수도 있다. ‘돈키호테’ 같은 책을 원하는 입소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칼이나 도끼 같은 무기를 선택한다. 

아이템은 플롯에 작용해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식탁은 하나뿐이고 자신이 먹을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할까? 총 333층 건물의 수감자 모두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식탁이 마련되지만, 수감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양 이상의 음식을 먹고 심지어는 식탁에 오물을 뿌린다.

이 감옥은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층으로 배정된다. 위층에 배정되면 행운이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상황은 험악해진다. 

1편의 주인공은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 꽁꽁 묶여 있는 현실을 발견한다. 같은 층에 갇힌 동료의 소행이다. 내려올 음식도 없는 층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가 선택한 행동이다. 자신보다 젊고 건장한 동료는 결국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선택한 행동이다. 결국 동료를 먹어야 자신이 살 수 있다. 

‘더 플랫폼’ 시즌 1, 2는 인간이 연대가 가능한지 질문한다. 사실 플랫폼으로 내려오는 음식은 333층까지 배분만 잘 한다면 다 나눠 먹을 수가 있는 양이다. 그러나 위층 수감자들은 폭식을 하고 더 심하게는 음식에 배변을 하면서 아래층 수감자를 조롱한다. 

과장된 면은 있지만 영화의 의도는 매우 상징적이다. ‘플랫폼’은 본래 평평하다는 뜻인데 이게 아래위로 이동하니 계급이 발생한다는 발상이 의미심장하다. ‘더 플랫폼’의 구조는 미셸 푸코의 ‘파놉티콘’ 개념과 상통한다.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어서 감시가 가능한 건축물을 상상한 이야기 중에 가장 잔인하고 슬픈 영화일 거 같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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