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진해운 자산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까?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10일 마감되는 한진해운의 아시아와 미주노선 본입찰이 현대상선과 삼라마이더스그룹, 사모펀드의 경쟁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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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현대상선과 삼라마이더스그룹, 한앤컴퍼니를 포함한 사모펀드 두곳, 그리고 한국선주협회 등 모두 5곳이 10월28일 진행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한국선주협회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 한진해운 자산이 외국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인데 국내 해운사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본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법원이 아시아와 미주노선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롱비치터미널도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인수후보 가운데 현대상선이 가장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미 아시아와 미주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데다 한진해운의 노선 경쟁력이 법정관리 신청 이후 크게 약화돼 터미널 인수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데 쓸 수 있는 돈은 2천억 원에 불과하지만 수출입은행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터미널을 인수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규열 수출입은행 해양금융본부장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선 및 해운업 동반회생을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항만 인프라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터미널 등을인수한다면 해양글로벌펀드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인수전 참여목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롱비치터미널이 매각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남아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롱비치터미널의 2대주주인 MSC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 시 법적 해석문제가 상당히 복잡하다”며 “현재 법원이 미국측과 여러 절차 및 방식을 논의 중이라 오는 10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이런 법적절차 문제도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롱비치터미널이 매각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현대상선은 물론 다른 인수후보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라마이더스그룹와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는 기존에 벌크선사업만 하던 데서 컨테이너선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인수전에 참여했다. 삼라마이더스그룹은 대한해운을 보유하고 있고 한앤컴퍼니는 예전에 현대상선의 벌크선사업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 외 다른 사모펀드 한곳은 해외 해운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한진해운의 아시아와 미주노선 매각이 마무리되면 터미널과 선박 등 나머지 자산의 정리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도 현대상선이 수출입은행의 해양글로벌펀드와 정부의 한국선박회사 등의 지원제도를 활용해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과 담보로 국내외 금융회사에 넘어간 한진해운 선박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까지 매각하게 되면 한진해운은 영업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연이은 자산매각은 사실상 청산수순”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