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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조건부 사퇴’카드를 꺼내들었다.
청와대와 여야가 합의해서 새로운 총리후보를 내면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사퇴 압박에 김 내정자가 출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7일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총리 내정자 사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여.야.청이 합의를 해서 좋은 총리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제가 걸림돌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진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른바 ‘난로론’을 펼쳤다.
김 내정자는 “엄동설한에 작은 화로라도 한번 돼볼까 하는 심정이었다”며 “그렇지만 성능좋은 난로가 나오면 화로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야가 합의해서 결정할 새 총리 후보를 ‘성능좋은 난로’에 비유한 것이다.
김 내정자의 발언은 야권을 중심으로 김 내정자의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 목소리가 거세진 상황에서 여야가 청와대와 합의로 새 총리를 추천하면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전날까지만 해도 “내가 왜 자진사퇴를 하느냐”며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을 것 같냐”며 사퇴불가 입장을 완강히 고수했는데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조건없이 물러날 수는 없음을 분명히했다.
그는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사퇴가 거론되는 데 대해 “봄이 오면 얼음은 녹아 없어진다. 그런데 얼음 때문에 봄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영수회담에서 선결조건으로 총리 내정자 사퇴를 주장하는 데 대해 ‘선후관계’가 바뀌었다고 공박한 셈이다.
일각에서 김 내정자가 ‘명예로운 퇴장’ 준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 내정자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 야당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진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마냥 버티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야권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사들로부터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는 것도 참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 내정자 지명은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절차상에 에러(실수)가 있었다“며 박 대통령의 김 후보자 총리지명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총리 내정자 신분을 내던지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2일인데 불과 며칠 만에 사퇴한다면 “애당초 무엇 때문에 총리를 수락했는가”라는 비판여론이 불을 보듯 하기 때문이다.
이런 김 내정자가 내놓은 ‘조건부 사퇴’ 카드는 총리 수락의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최소한의 명예는 지키며 퇴로를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