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 이후 처음으로 보유지분을 매각했다.
조 회장의 두 아들은 그동안 경쟁적으로 지분을 사들여왔다. 효성은 이를 놓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고 밝혀왔는데, 조 회장이 지분을 매각한 배경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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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효성은 12일 조석래 회장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보유지분 6만1531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보유주식은 총 356만2947주로 줄었고 지분율도 10.32%에서 10.15%로 낮아졌다.
조 회장은 주당 7만5754~7만7135원에 주식을 매각해 총 46억9800여만 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 회장이 효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효성의 주식을 판 것은 그룹 경영을 맡은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주식을 처분한 이유와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개인의 결정이라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오너 일가가 효성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일부 지분을 현금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이 지분매각으로 얻은 현금을 변호사 비용 등에 쓸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동안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삼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경쟁적으로 효성의 주식을 사들였다. 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 효성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두 형제가 합의 하에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지난해 3월 조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30% 아래로 떨어진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32.52%에 달했던 효성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조현문 부사장이 떠난 이후 25.94%까지 낮아졌다.
효성가 3형제는 각자 7% 정도의 효성 지분을 증여받았는데 조현문 부사장이 보유하던 지분 7.18%를 두차례에 걸쳐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급락했다.
조 회장의 장남과 삼남이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은 지난해 초 7.1%였던 지분율을 최근 10.4%로 늘리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조 사장은 700억 원을 투입했다. 셋째인 조현상 부사장도 지분율을 10.08%까지 높였다.
그 결과 효성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지난 7월 31.47%까지 올라가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매각하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번에 조 회장이 일부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효성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1.30%로 약간 낮아졌다.
재계는 형제가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경영권 방어에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형제가 또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경우 경영권 경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효성그룹의 경우 그동안 장자 중심의 승계를 원칙으로 삼아온 만큼 장남 조현준 사장을 중심으로 효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거나 오너 일가 합의 아래에 그룹을 일부 분할하는 방식으로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의 지분 상속과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상태다. 조 회장은 전립선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올해 80세로 고령이다. 또 탈세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항암치료를 위해 이번주 중에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