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다원시스를 압수수색하자 그 배후에 현대로템이 있다는 말이 나돌아 현대로템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최근 다원시스를 압수수색했는데 현대로템이 경쟁사인 다윈시스를 견제하기 위해 제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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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 |
특수전원장치 전문회사인 다원시스는 10월 말 전동차량 제작회사인 로윈을 흡수합병하면서 철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원시스와 로윈은 합병 이전인 지난해 3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지하철 2호선의 노후 전동차 교체에 따른 구매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을 제치고 적격자로 낙찰되면서 현대로템의 독점체제를 깨뜨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원시스는 로윈 합병이라는 호재를 맞은 직후 압수수색의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내년 2월 쯤 예정된 서울시 9호선의 3단계 개통을 위한 전동차 입찰을 대비하기 위해 합병 이후 체재를 정렬하기에도 바쁜 시점에 압수수색까지 겹치자 적지 않게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이 다원시스 압수수색의 배후로 지목받는 데는 현대로템이 지난해 다원시스가 적격자로 낙찰된 데 이의를 제기했던 이력도 한몫한다.
현대로템은 입찰에 실패하자 다원시스 컨소시엄의 입찰참가자격을 문제삼아 법원에 후속절차 중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현대로템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다.
현대로템의 독점체제에 대한 경쟁사와 하청회사의 불만이 현대로템을 제보자로 의심하는 배경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로템은 1997년 정부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기존 철도차량회사 3곳을 통합하면서 출범한 한국철도차량을 모태로 한다. 200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뒤 15년 넘게 국내 철도시장에서 독점기업의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차량결함과 부실시공 등의 논란이 일면서 일각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제보 의혹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이의제기는 타당한 근거와 법적절차에 의해 진행된 사안으로 기각 결과에 대해서도 즉각 수용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올해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이후 서울메트로의 사업전반에서 부정이 있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최근 다원시스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에관한법률 위반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다원시스는 지난해 서울지하철 2호선의 전동차 교체사업을 수주하면서 허위제안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다원시스를 상대로 입찰 참가자격과 요건 등을 완화시키는 등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일부 임직원들은 미공개된 용역정보 등을 이용해 다원시스의 주식을 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원시스 관계자는 “혐의에 불과하다”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압수수색 등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