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 검사를 앞두고 우리금융그룹 이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을 놓고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 현 경영진의 책임을 거론했다. 다만 거취를 두고는 이사회가 결정할 몫이라며 공을 넘겼다.
 
우리금융 잇따른 내홍 속 당국 압박 본격화, 사태수습 공 받아든 이사회 선택은

▲ 우리금융그룹을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금융사 중심의 과점주주 체제로 구성된 만큼 시장에서는 정부 의중을 쉽게 거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경영 현안을 논의한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사항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올해 말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에는 행장 선임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나 금융당국이 이번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현 경영진 거취 문제 등을 이사회 결정으로 남겨둬 주목도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지주나 우리은행 경영진도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거취는) 기본적으로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더욱 강한 어조로 이사회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4일 부동산 실수요자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 우리금융의 개혁의지가 있는지를 놓고 봤을 때 현재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며 “경영진의 직접적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을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시행하는 점도 이번 이사회에 큰 압박으로 다가갈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4일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시작한다. 애초 내년으로 잡혀 있던 일정으로 올해도 당겼다.

사태 수습을 맡은 우리금융 이사회는 현재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금융사가 추천한 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사내이사)을 포함해 모두 8명인데 이 가운데 과점주주가 추천한 인사는 5명, 우리금융 추천인사는 모두 2명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에 따라 금융당국 의중 파악에 집중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점주주 체제인 만큼 같은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금융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당국 의도를 거스르기는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 잇따른 내홍 속 당국 압박 본격화, 사태수습 공 받아든 이사회 선택은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를 두고 이사회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또한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지난해 임 회장을 차기 수장으로 낙점하는 과정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점주주가 무조건 임 회장 편에 설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사외이사진에서는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끈 임 회장이 수장에 앉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은 만장일치로 이른바 ‘추대’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우리금융 이사회의 모습은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다만 우리금융 안팎으로는 금융당국이 전임 회장 건을 두고 임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압박하는 게 지나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할 만한 핵심 변수로는 동양·ABL생명 합병이 꼽힌다.

주주들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이 알려진 뒤에도 우리금융 주식을 사들이며 생명보험사 인수와 밸류업 계획에 따른 기대감을 내보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과점주주가 증권과 보험 측 인사로 구성돼 있는 만큼 이해상충을 이유로 우리금융의 외형확장에는 크게 관심이 없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금융당국은 이미 우리금융 이사회를 콕 집어 겨냥한 만큼 향후 압박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8월말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금감원이 은행권이 공동 추진한 지배구조 관행 개선 취지 노력을 심각히 훼손했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