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반도체 '가격 결정력' 불안, 빅테크 투자 축소 리스크 떠올라

▲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주요 고객사들이 투자를 축소한다면 주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제품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위축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CNBC는 29일 “엔비디아는 현재 강한 순풍에 올라타 70% 이상의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는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 300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75.1%를 기록했다. 지난 회계연도 2분기 대비 매출은 122% 증가했고 순이익률은 5%포인트 상승했다.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GPU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며 엔비디아의 가파른 외형 성장과 이익률 상승을 이끌고 있다.

CNBC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 기업이 2분기에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금을 대폭 늘린 결과가 엔비디아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세계 인공지능 GPU 수요를 사실상 독점하며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차지하고 있다. 주요 경쟁사보다 기술력과 반도체 공급 능력이 모두 크게 앞서있기 때문이다.

CNBC는 엔비디아가 이에 따라 막강한 가격 결정력을 갖추고 매출과 이익을 모두 크게 늘리고 있다고 바라봤다. 고객사와 가격 협상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이르면 앞으로 2~3개 분기 안에 IT기업들의 시설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엔비디아가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빅테크 기업들이 고가의 인공지능 반도체 가격에 부담을 느껴 투자를 축소하기 시작한다면 엔비디아의 실적 기반도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CNBC는 투자기관 머스키티어캐피털의 분석을 인용해 대형 IT기업의 투자 위축은 엔비디아 주가를 지금보다 약 20%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AMD와 같은 GPU 경쟁사의 기술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엔비디아의 시장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

반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조사기관은 엔비디아가 최소한 2~3년 동안은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독점체제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