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 심판을 위해 헌법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에서 내놓은 기후대응 관련 법 조항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9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관련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8조1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청소년 19명이 2020년 3월 정부의 기후 대응이 미진하다며 기후대응 관련 법 조항의 위헌 확인을 청구한 지 4년5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정부의 기후대응 관련 법 조항에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공식 성명을 내고 “세계 각국의 사법부가 정부의 과오를 뒤늦게 바로잡는 기후 판결을 내놓는 사례가 최근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며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해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헌재의 위헌 판결은 탈선한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바로잡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입법부와 행정부는 기후 대응에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각오로 조속히 후속 조치에 착수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2020년 위헌 확인을 청구한 청소년들 외에도 시민단체와 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3건도 함께 판단해 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법소원의 주요 쟁점은 정부가 세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과 비교해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재 시행령 기준 구체적 목표는 2018년 대비 40%로 잡혀 있다.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모두 해당 목표가 효과적 기후 대응을 위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미래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남겨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관련해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만 규정할 뿐 2031년부터 탄소중립이 달성돼야 할 2050년까지 정량적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어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고 봤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은 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한 원칙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신호로 에너지 전환과 산업 탈탄소 변혁이 일어나야 마땅하다”며 “헌재의 결정이 큰 변화의 물꼬가 되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