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8-20 15: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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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 수 AMD CEO가 지난 6월3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람회 2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해 서버용 CPU인 '에픽(EPYC) 5세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AMD >
[비즈니스포스트] AMD가 미국 인공지능(AI) 서버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ZT시스템을 6조5100억 원에 인수키로 하는 등 엔비디아에 대항해 AI 반도체 경쟁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MD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TSMC 동맹 관계에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AMD 덕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MD는 19일(현지시각)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데이터센터 서버 제조사 ZT시스템을 총 49억 달러(약 6조51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ZT시스템은 수천 개의 AI 칩을 하나로 연결해 서버 시스템을 구성하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고, 연간 매출이 10조 원을 넘는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는 “이번 인수는 AMD가 AI 반도체 시장 범위를 칩 설계에서 AI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해 엔비디아와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ZT시스템은 앞서 엔비디아 AI 반도체 생산에도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운데 하나인 인벤텍은 ZT시스템과 협력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기판 조립과 서버 시스템 통합을 담당했다.
AMD가 엔비디아 추격의 고삐를 당기면서,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요한 HBM과 파운드리 공정을 삼성전자에 맡길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시작해 AI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 적층형 메모리 HBM과 이를 초미세공정으로 결합·제조하는 파운드리 기술이 필요하다.
AMD는 올해 4분기 AI 반도체 ‘MI325X’, 내년 ‘MI350’, 2026년에는 ‘MI400’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인 만큼 HBM과 파운드리 공급 업체 선택을 고심하고 있다.
▲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반도체 제조 공정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앞서 리사 수 AMD CEO는 차기 AI 반도체 파운드리로 삼성전자와 TSMC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해왔다.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에서 수 CEO는 “AI 반도체에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TSMC 등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업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5월 벨기에에서 열린 행사에선 “내년 출시할 AI 반도체 3나노 공정에는 이전 ‘핀펫’ 공정이 아닌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파운드리 공정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GAA 파운드리 공정은 삼성전자가 2022년부터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공정으로, TSMC는 올해 들어 이 공정 적용을 시작했다.
당시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AMD에서 3나노 파운드리를 수주할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TSMC의 파운드리 가동률이 거의 100%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AMD는 파운드리 이원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AMD는 자사 4나노 공정 AI 반도체 위탁생산을 TSMC와 함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다. 당시 미국 IT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이번 수주로 삼성전자는 AMD와 지속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이미 AMD로부터 4세대 HBM3 인증을 받아 공급을 시작했고, 5세대 HBM3E까지 공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측은 “이미 1분기 삼성전자의 HBM3가 AMD AI 반도체 MI300 시리즈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 세대 HBM3E 공급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파운드리와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TSMC와 SK하이닉스 공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점도 삼성전자가 AMD의 선택을 받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 주문만으로 올해 모든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독일, 일본, 미국 등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AMD가 계획하는 차기 AI 반도체 출시 일정을 맞추긴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AMD는 TSMC와 SK하이닉스를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만큼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파운드리와 HBM 공급처 다변화가 AMD에 유리한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