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전력망 및 수자원 리스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대형 IT기업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데이터센터 전력난 문제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전력망 노후화로 슈퍼컴퓨터와 서버 운영에 충분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발전 설비를 구축해 전력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29일 미국 CNBC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 노후화 및 수자원 부족 문제가 주요 빅테크 기업에 중장기 리스크로 떠올랐다.
생성형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엔비디아 등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하는 슈퍼컴퓨터 및 데이터센터가 상당한 규모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반도체는 높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춰야만 하기 때문에 냉각에 필요한 물도 대량으로 쓰인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일반 구글 검색의 10배에 이르는 전력이 소모된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으로 이미지 하나를 생성할 때는 스마트폰 한 대를 충전하는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 소모 증가는 자연히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구글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대비 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탄소 배출량도 2020년 대비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NBC는 이미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빅테크의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후 위기에 더해 에너지 위기도 심각해지고 있는 셈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30년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 비중은 2.5%에 불과했는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전력망 노후화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에너지 기업들은 미국 정부 정책에 맞춰 화석연료 발전을 축소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전 용량이 줄어드는 사례가 늘어났다.
더구나 미국의 전력망은 대부분 노후화돼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데이터센터로 끌어올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전력망 개선에 필요한 투자 비용과 시간을 고려한다면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CNBC는 주요 빅테크 기업에서 이를 고려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발전해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태양광 및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에 투자해 데이터센터에 활용 가능성을 찾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 구글 협력사 퍼보에너지의 지열발전소 사진. |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자력 발전 스타트업 헬리온과, 구글은 지열 발전 스타트업 퍼보에너지와 협력해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력망 노후화 및 발전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 효과적 방법으로 평가된다.
다만 모든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조달하기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근본적 해결책으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버와 슈퍼컴퓨터 등 장치 냉각을 위한 수자원 확보도 빅테크 기업들에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CNBC는 조사기관 렌스리서치 집계를 인용해 2027년 미국 생성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이 영국의 전체 사용량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는 미국에서 수자원 고갈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전력 이외에 수자원 확보도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이러한 제약 요소가 수 년 안에 실질적인 리스크로 떠오르며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 IT기업은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기 자체에서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CNBC는 이러한 기술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수자원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해법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