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 성장성에 먹구름 가득, '토요회의' 소집한 민승배 해법 찾기 골몰

▲ BGF리테일이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이사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임원들을 토요일 오전마다 불러서 회사 현안을 논의하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BGF리테일에 오너2세인 홍정국 부회장이 합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성장성을 담보할 만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민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앞으로 당분간 실장 이상의 임원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출근한다. 토요일 출근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기한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지 등을 격식 없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이 사실상 임원을 대상으로 주6일 근무제를 시행한 것을 놓고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업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보고 있다.

최근 주6일제를 시행하거나 권고한 회사들을 보면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대내외 상황의 급변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주5일제가 정착된 지 20년 가까이 된 시점에서 주6일 근무를 꺼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BGF리테일이 코로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더욱 이례적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은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매출 5조 원대를 기록했지만 2020년 매출 6조 원 시대를 연 데 이어 2022년 매출 7조 원 시대, 2023년 매출 8조 원 시대를 연달아 열었다.
 
BGF리테일 성장성에 먹구름 가득, '토요회의' 소집한 민승배 해법 찾기 골몰

▲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이사. < BGF리테일 >

이 기간 연간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었다. 2020년 1622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3년 만인 2023년 2532억 원까지 56.1% 증가했다.

BGF리테일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른바 ‘집 앞 점포’라는 강점을 앞세워 고공성장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갑작스럽게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그만큼 미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가는 BGF리테일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BGF리테일 관련 분석보고서를 낸 증권사 7곳 가운데 무려 6곳이 BGF리테일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증권가는 BGF리테일의 영업이익 창출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상장기업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BGF리테일의 2분기 추정 실적은 매출 2조2367억 원, 영업이익 776억 원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6.6%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뒷걸음질하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보면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후퇴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망이 좋은 편도 아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신규점 출점에 따른 효과가 둔화하고 있고 소비 위측에 따라 기존점 성장률도 약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도 “하반기에는 점포당 매출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지가 관건이다”며 “사업구조상 업황 호황기에는 BGF리테일의 실적과 주가 모멘텀이 우위에 서겠지만 현재는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구간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실적 회복 시기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승배 대표이사로서는 줄곧 성장했던 BGF리테일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으로 높아지는 만큼 역량을 발휘해야 할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BGF리테일 성장성에 먹구름 가득, '토요회의' 소집한 민승배 해법 찾기 골몰

▲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올해 3월 BGF리테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합류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민 대표는 BGF 영업개발부문장을 맡다가 지난해 11월 임원인사를 통해 BGF리테일의 새 수장에 올랐다. 기존에 BGF리테일을 이끌었던 이건준 대표이사 사장 체제가 6년 만에 바뀐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았다.

당시 BGF리테일은 민 대표를 놓고 “현장 경험이 풍부할뿐 아니라 회사 내 주요 부서를 거치며 편의점 사업과 회사 전반을 꿰뚫고 있다”며 “편의점 CU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차별화한 경쟁력 확보와 해외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편의점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 역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엄중한 경영환경을 직시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며 철저히 변화하고 새롭게 도전할 것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민 대표가 BGF리테일의 성장 전략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BGF그룹이 오너2세 체제를 본격화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BGF리테일 사내이사에 올랐다

홍 부회장은 2019년부터 지주회사인 BGF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주력 계열사인 BGF리테일에서는 2020년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만 역할을 수행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민 대표로서는 공교롭게도 오너2세가 BGF리테일에 합류한 시기에 지휘봉을 잡은 셈인데 현재 마주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오너일가의 신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