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영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이 임기 마지막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등급 하락’이라는 결과를 받게 됐다.

펀드 손실, 내부 기강 해이, 방만 경영 등 사건 사고에도 후속 조치가 미흡했던 점이 지적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GKL 경영평가 C등급 하락, 김영산 임기 막바지에도 조직문화 개선 전념

▲ 임기 마무리를 앞둔 김영산 그랜드코리아레저(GKL)사장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보통)'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4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세 곳의 경영 성적은 전부 ‘C등급(보통)’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경영평가를 받은 문체부 산하 기관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관광공사, GKL 등이다. 지난해 A등급을 받았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C등급으로 떨어진 가운데 한국관광공사와 GKL도 B등급을 유지하지 못하고 C등급으로 하락을 맛봤다.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 재무 부문이 20점이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GKL의 2023년 재무 성과가 2022년보다 개선됐음에도 등급이 하락한 것은 평가단이 GKL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재부는 6월19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혁신 노력과 재무성과를 평가에 반영하되 안전·윤리·상생협력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엄정한 평가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GKL의 2023년 손익 및 재무 상태는 2022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2년 2094억 원이던 GKL의 매출은 2023년 3967억 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908억 원)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2023년 영업이익 또한 51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GKL의 2022년 영업손실은 139억 원이었다.

재무 상태를 살펴보면 부채비율이 59.37%에서 55.26%로 감소하는 등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총부채 규모가 2022년 2271억 원에서 2276억 원으로 소폭 늘기는 했으나 자본총계가 3825억 원에서 4118억 원으로 많이 늘어났다.

GKL은 그동안 펀드 손실, 내부 기강 해이, 방만경영 등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100억 원 규모의 펀드 손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GKL이 2019년 9월 계약한 100억 원 규모의 펀드의 만기가 2023년 1월25일로 이미 지났음에도 원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KL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상품은 ‘다올 KTB 항공기 투자형 사모신탁 제30호-3호’였다. 투자자 보호 규정이 없고 환매 청구도 할 수 없어 위험도가 높은 투자상품으로 구분된다.

GKL은 지난해 6월 해당 상품과 관련된 투자액 전부를 손실 처분한 것도 모자라 재무관리실 직원들의 업무 태만이 확인됐음에도 가벼운 수준의 징계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18일 GKL에서 제출받은 ‘금융자산 운용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투자금 전액을 날린 직원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1개월 감봉(2명), 견책(1명), 경고(1명)가 전부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무관리실 직원들은 펀드 가입 때부터 위탁 운용을 원칙으로 정해둔 자산운용세칙을 어겼다. 사장의 결재도 받지 않았으며 배당 미지금 안내문을 받았음에도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상부에 올렸다.
 
GKL 경영평가 C등급 하락, 김영산 임기 막바지에도 조직문화 개선 전념

▲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내 자율 혁신 추진모임 ‘혁신, 함께할랩(Lab)’ 3일 출범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


국정감사에서는 2019년 2억 원을 횡령한 일본 오사카 사무소장이 스스로 퇴직할 때까지 GKL에서 징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퇴직금을 전액 지급한 상황도 문제시됐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올해에만 2차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통보를 받는 등 내부 기강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3월에는 GKL이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휴직자처럼 노트북을 지급할 필요성이 없는 임직원들에게까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임차해 온 점이 지적됐다. 아울러 수면 프로그램 등 대체 휴무를 과다 운영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비판하며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은 4월에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오사카 사무소장 횡령 사건, 사모펀드 100억 원 전액 손실 처리 사건과 관련한 감사를 진행했다.

오사카 사무소장 횡령 사건과 관련해선 직원들이 고객보관금을 횡령하는 등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장이 직접 나서 관리·감독하고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부서장이 감사에게 바로 보고하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의 조치를 내렸다. 당시 담당 팀장과 실장에겐 ‘주의’를 촉구할 것도 요청됐다.

사모펀드 100억 원 전액 손실 처리를 놓고는 금융자산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효율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GKL이 해당 상품과 관련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투자를 의결한 점 등은 있다”라면서도 “심의위원회에서 투자를 의결한 뒤 투자했고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손실이 발생했으며 자체 감사에서 징계를 요구한 점을 들어 이 수준에서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임기 마무리를 앞둔 김영산 GKL 사장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경영평가 등급 하락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GKL은 3일 직원으로 구성된 사내 자율 혁신 추진모임 ‘혁신, 함께할랩(Lab)’을 출범했다.

혁신, 함께할랩은 직원의 자기 주도적인 혁신 추진을 통해 전사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고 혁신지향 조직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기획됐다.

1기 혁신, 함께할랩으로 선정된 9팀은 앞으로 4개월 동안 △서비스 혁신 △공기업 역할 이행 △미래성장동력 △업무 스마트화 등 4개 분야에서 자신들이 직접 선정한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김영산 사장은 “직원들의 자발적 혁신 과제 연구를 통해 앞으로 혁신 추진 패러다임이 회사가 주도하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에서 직원이 주도하는 ‘보텀-업(상향식)방식’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GKL은 일 잘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영산 사장 임기는 올해 8월로 마무리된다. GKL 이사회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GKL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차기 사장 인선을 위한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