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막바지, 박세창 금호건설 유동성 확보 서두르나

▲ 금호건설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화물기 사업부 매각으로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건설은 지분 30.77%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건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지분을 처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떠오른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가 예전보다 떨어져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금호건설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 전체 지분의 30.77%인 2289만6020주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3333주를 들고 있다. 대한항공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박 전 회장의 보유분을 포함해도 지분이 11.1%까지 희석된다.

대한항공이 기존에 발행된 주식인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 자격을 잃지는 않는다. 다만 금호건설은 이른 시일 안으로 지분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막바지, 박세창 금호건설 유동성 확보 서두르나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눈길이 쏠린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에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과 특수 관계인이 아시아나 및 자회사 주식을 거래 종결일로부터 1년 이후 더는 소유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력을 다한다’라고 표현된 만큼 강제성을 띤 문구는 아니기는 하지만 최근 금호건설의 재무 부담 확대 및 수익성 저하를 고려하면 금호건설이 신속한 지분 처분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금호건설의 유동부채는 9961억 원으로 1년 전인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약 12% 늘어났다.

유동자산이 1조1608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위기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2024년 1분기 부채총계가 2023년 1분기보다 6% 늘어나는 등 부채 규모가 증가세에 접어든 것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같은 기간 금호건설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315억 원이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의 본원적 영업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이것이 감소했다는 것은 금호건설이 건설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보다 유출된 현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기업평가는 5월10일 금호건설의 신용등급평가를 기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신용등급은 유지했지만 전망이 낮아진 것이다. 

금호건설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진다면 투기 등급으로 분류되는 BB+ 등급이 된다. 투기 등급이 투자 부적격을 의미하는 만큼 회사채를 유통해더라도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투입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주된 원인으로 수익성 저하를 꼽았다.

그는 “수익성 저하, 운전자본 투자 등에 따른 현금흐름 약화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며 “단기간 안으로 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고 예정 사업 분양 성과와 관련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금호건설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2만4579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2024년 6월20일 1만760원까지 떨어졌다.

금호건설 사업보고서상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장부가치는 2020년 말 2890억 원에서 2024년 1분기 말 2530억 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주가 기준 지분가치는 2464억 원으로 이보다도 낮다.

앞서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지분 가치가 더 떨어진다면 계획했던 만큼 유동성 확보를 못 하기 때문에 매각을 미루고 지분 가치가 오르는 것을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금호건설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체를 후순위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지분 매각 시점을 금호건설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막바지, 박세창 금호건설 유동성 확보 서두르나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2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Bloomberg Television >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받아야 하는 주요 국가 14곳 승인 가운데 사실상 미국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의 정부 역할을 수행하는 유럽집행위원회(EC)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내세웠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하는 등 EU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위한 조건을 달성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2일(현지시각) 해외언론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10월 말까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요구한 모든 걸 다 해 왔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KDB산업은행의 지원 아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었다. 

산업은행은 2020년 11월16일 양대 항공사 통합 추진을 공식화하며 그 추진 배경으로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항공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 보편화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한 수익성 제고 △항공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자금 투입 최소화 등을 꼽았다.

합병을 위해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및 교환사채 인수 등을 통해 8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진칼은 이 가운데 7300억 원을 대한항공의 2조5천억 원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사용한다.

2021년 3월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104.85%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대한항공은 주가가 2만5천원을 넘는 등 크게 오르자 발행가를 기존 계획이었던 1만4400원보다 32% 높은 1만9100원으로 높였으며 이에 따라 3조3159억 원이라는 금액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자금을 확보한 대한항공은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1조5천억 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마무리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60%가량을 가진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