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리전스' 상용화 늦어져, AI 기능 고도화와 외국어 학습에 시간 필요

▲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 상용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다양한 기기에서 구동되는 '애플 인텔리전스'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개발자회의를 통해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기능 고도화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영어 이외의 언어를 지원하기 위해 상당한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신기술을 수 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의 새 운영체제가 출시되자마자 애플 인텔리전스 관련 기능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애플 제품 사용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려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애플이 이처럼 인공지능 기능 상용화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는 개발 인력 부족과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문제, 기술 완성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애플은 인공지능 연구팀이 하나의 기능을 완성해 출시한 뒤 그 다음 기능을 개발하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동시에 여러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속도가 늦어져 단기간에 다수의 사용자가 몰리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점도 상용화가 늦어지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른 기업이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피하려는 노력도 애플이 관련 기능을 천천히 선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혔다.

더구나 영어 이외의 언어를 충분히 학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애플이 수 년의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블룸버그는 결국 애플이 아이폰 등 제품에 선보일 초기 인공지능 기술은 텍스트 요약과 이미지 생성 등 소수 기능에만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을 전했다.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적용해 기능을 고도화하는 업데이트도 내년이 되어서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애플은 이러한 특징을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으로 강조했는데 소비자들이 실제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예상보다 크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 애플의 주요 스마트폰 경쟁사는 이미 현재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편의기능을 구현해 사용자들에 제공하고 있다.

애플이 이번 개발자회의를 계기로 인공지능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경쟁사를 추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분간 이를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주요 증권사들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6 시리즈 판매 증가에 크게 기여하며 애플에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 적용 시점이 늦어진다면 이런 효과도 나타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았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애플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