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이후 두 달 넘게 저조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차기 대권주자인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았을 때 채상병특검법 통과를 포함해 지금껏 이어지던 수직적 당정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당 대표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원톱'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은 이르면 다음주 안으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힐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동훈 비대위 1호 영입 인재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한 전 위원장이) 더 이상 (당 대표 출마 결정을) 미룰 수 없는 때이고 다음 주까지 동향이 확실히 결정될 것”이라며 “곧 한동훈의 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한 듯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한 전 위원장을 향해 견제 메시지를 냈다.
나경원 의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싸움의 전장, 정치의 전장이 국회이다 보니 원외 당 대표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상당한 의회 독재를 계속할 것으로 예견되는데 당을 응집해 민주당과 책임 있게 협상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한 분이 다시 나오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뭐하러 사퇴했냐"고 한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국민의힘 주요 당권주자 가운데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선출되면 지금껏 이어져온 '수직적' 당정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차별화하는 행보로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에 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3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발걸음을 같이 갈 수는 없다"며 "채상병 특검법 같은 경우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며 "대통령을 꿈꾸며 출마하는 것일 텐데 윤석열 대통령과 선 긋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총선 이후 두 달 동안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수준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차기 대권주자인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았을 때 당정 관계를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직접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한 뒤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중앙아시아 순방 등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6%로 대통령 취임 뒤 최저치인 21%를 찍었던 직전조사(5월31일 발표)보단 올랐지만 여전히 30%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5%의 지지율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2%)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1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2주 전 조사결과와 같았다. 이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일부터 12일까지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월 총선 때 국민의힘은 집권당의 면모가 실종된 가운데 용산하고 수직적 당정 관계로 국민들은 인식되어졌고 총선의 성적표도 그렇게(참패) 나왔다”며 “그렇다면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