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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가 공세에 보급형 전기차 글로벌 경쟁 불붙어, 가성비가 승자 가른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4-05-30 17: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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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가 공세에 보급형 전기차 글로벌 경쟁 불붙어, 가성비가 승자 가른다
▲ 시트로엥 e-C3. <시트로엥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성능을 끌어올린 저가의 중국 전기차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하기 위해선 세계 시장에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남은 시간 동안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에서 상품성을 갖춰 중국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번스타인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2만 유로(약 2980만 원)의 시트로엥 e-C3를 출시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서 곧 2만5천 달러(약 3450만 원)의 지프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엥은 지난 2월 유럽에서 소형 전기 SUV e-C3을 시작 가격 2만3300유로(약 3470만 원)에 출시했다.

이 차는 44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유럽 WLTP 기준 320km를 주행할 수 있다. 2025년에는 1만9990유로(약 2970만 원)부터 시작하는 주행거리 200km 버전의 e-C3를 출시한다

타바레스 CEO는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는 유럽에서 2만 유로, 미국에서 2만5천 달러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침공'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길어도 3년 안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 비용 동등성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 미국 테슬라는 2022년 하반기부터 선도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상품성을 끌어올린 중국 저가 전기차들이 세계시장으로 발을 내딛으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기존 전기차보다 낮은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새로운 경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중국에서 BYD의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은 1천만 원 후반, 준중형 전기 SUV 아토3는 2천만 원 중반, 중형 전기 세단 실은 3천만 원 후반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대다. 

기아는 오는 7월 브랜드 첫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소형 전기 SUV EV3를 국내에서부터 출시한다.

EV3는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3천만 원 중반 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기준 600km 이상의 1회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총 6개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회장은 최근 EV3 세계 최초 공개 행사에서 대중화 모델은 최소 500km 주행거리가 필요하고, 3만5천에서 5만 달러 사이 가격대를 얼리 머저리티(평균 사람들보다 약간 먼저 신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군) 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올해 9월부터 시작 가격 2만5천 유로(약 3600만 원)인 소형 전기 해치백 '르노5 E-테크'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유럽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km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도 이르면 내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초에는 차세대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델2로 불리는 테슬라의 저가 전기차 모델은 2만5천 달러(약 3400만 원) 이하의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는 모델2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내년 독일 공장에서 먼저 생산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저가 공세에 보급형 전기차 글로벌 경쟁 불붙어, 가성비가 승자 가른다
▲ 르노 5 E-테크. <르노그룹>
독일 폴크스바겐 역시 작년 3월 소형 저가 전기 SUV 'ID.2올(ALL)'을 최초 공개하며, 2025년 2만5천 유로(약 3640만 원) 이하 가격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2만 유로(약 2980만 원) 가격대의 신형 전기차(ID.1)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진출 앞둔 BYD 중형 전기차 '실'의 스펙을 보면 유럽 기준 1회충전 주행거리 570km,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8초로 성능 면에서 아이오닉6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판매 가격은 국내 아이오닉6 판매가격보다 25%가량 싸다. 아토3의 중국 가격은 동급 아이오닉5의 국내 판매가격의 절반에 머문다.

세계로 진출하는 중국 전기차가 세계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아직 해외에서 이런 가격대의 실현은 어려운 상황이다. BYD 등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아직 해외 현지생산체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토3의 유럽 판매 시작 가격은 3만8천 유로로 중국 판매 가격의 2배를 훌쩍 넘어선다. 작년 BYD의 유럽 전기차시장 점유율은 1.1% 수준에 그쳤다.

다니엘 로에스카 번스타인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 완성차업체들이 유럽에서 진정한 성공을 보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생산을 현지화한 이후부터"라고 진단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유럽 첫 생산기지에서 2026년 이전에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결국 2년 뒤 글로벌 완성차들의 보급형 전기차가 중국 전기차 대비 가성비를 갖추고 있느냐가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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