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전쟁과 경기침체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인재를 통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주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핵심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와 공동으로 핵심인재 영입을 위한 개선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채용 과정을 발굴-면접-검증-보상-안착으로 나눠 총 5회에 걸쳐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펴 보고 베테랑 헤드헌터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을 싣는다.
<글 싣는 순서>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①] 헤드헌터를 인재 발굴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②] 면접관도 면접을 준비하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③]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거두지 말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④] 핵심인재 보상, 헤드헌터를 활용하자
[핵심인재 이렇게 뽑자⑤] 핵심인재의 조직 안착에 자원을 총동원하자
[비즈니스포스트] “한 명의 핵심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일찍이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철섭 커리어케어 글로벌본부 부본부장은 기업들이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헤드헌터를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커리어케어>
지금도 삼성그룹은 가장 인재 영입에 목말라 있는 기업이다.
‘과연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라고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직무기술서를 제시하면서 인재 발굴을 요청해 헤드헌터들을 긴장시킨다. 핵심인재에 대한 이러한 열망이 삼성그룹을 글로벌 선두기업 반열에 우뚝 세운 원동력 중 하나일 것이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핵심인재 영입에 더욱 큰 노력을 들인다. 채용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구글은 직원 교육보다 채용에 투자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직원 한 명을 뽑는 데 150~500시간을 투자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그동안 인재 채용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최근 AI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되자 직접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핵심인재의 평가와 기준은 각 기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탁월한 매출이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구어 낸 인재 △회사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 △가까운 시일 안에 주요 임원이나 리더가 될 인재를 의미한다. 이러한 핵심인재를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요즈음 기업들은 인사팀을 채용팀과 인재확보팀, 인재발굴팀 등으로 나눠 인재영입에 열을 내고 있다. 순혈주의가 팽배했던 기업도 핵심인재 영입을 위해 채용만 전담하는 리쿠르터(Recruiter, 기업에 필요한 사람을 잦아내 공급하는 사람)를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의 HR임원이나 인사팀장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핵심인재의 확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다.
핵심인재 확보는 ‘어디에서,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바로 ‘채용공고’를 내는 것이다. 채용 플랫폼이나 자사 채용 사이트에 모집공고를 올려 지원자를 공개모집하는 것이 가장 흔한 채용 방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제 발로 걸어 들어올 만한’ 직원, 즉 신입사원이나 저연차 경력직을 채용할 때에나 유용하다.
모두가 탐낼만한 핵심인재가 소위 인재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근무하던 기업이 갑작스러운 경영상의 곤란으로 사업부를 정리했거나, 하루 아침에 폐업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언제나 이들을 기용하려고 노리는 기업들로부터 끊임없는 제안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핵심인재들은 좀처럼 채용 공고를 기웃거리거나 채용 플랫폼에 이력서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전문직의 경우 해당 전문직종 전문 채용사이트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 경력직, 임원급 핵심인재 전문 채용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피플’은 경력직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이다. 헤드헌터들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만 이력서를 공개해놓은 인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다니기 어렵거나, 찾아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면 헤드헌팅회사, 즉 서치펌(Search firm)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규모가 크고, 업력이 오래된 헤드헌팅회사들은 그들만이 구축하고 있는 핵심인재 정보가 있다. 핵심인재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옮겨가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헤드헌팅회사이기 때문이다.
헤드헌팅회사를 선정할 때에는 규모나 업력과 함께 회사에 소속된 헤드헌터들이 어떤 산업과 직무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얼마나 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부분의 헤드헌팅회사는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공개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회사소개서를 요청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담당 헤드헌터의 전문분야와 경력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헤드헌팅회사를 선정했다면 본격적으로 인재발굴에 나서야 한다. 물론 직접적인 발굴은 담당 헤드헌터의 몫이지만 원하는 후보자를 추천 받으려면 ‘사전 소통’이 중요하다. 막연히 ‘좋은 인재’란 없다. 기업이 속한 산업과 성장 단계, 인재 영입의 목적에 따라 같은 기업에서도 필요한 인재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하는 인재를 추천 받으려면 직무기술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전달해야 한다.
직무기술서에는 인재를 채용하는 배경도 구체적으로 담는 게 좋다. 만약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다면 담당 헤드헌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헤드헌터는 주어진 조건에 따라 사람을 찾을 뿐만 아니라 산업과 인재시장에 밝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들과 협의해 원하는 인재상을 구체화하고, 자격요건을 만들면 된다.
또 이미 재직중인 특정 후보자를 영입하려고 할 때에도 서치펌을 활용할 수 있다. 헤드헌터로 일을 하다 보면 특정 후보자, 가끔은 특정 팀을 통째로 헤드헌팅해 달라고 요청 받을 때가 있다.
기업이 영입하고 싶어하는 핵심인재의 대부분은 이미 다른 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쟁사에서 인재에게 직접 접근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서치펌을 통해 우회하는 것이 현명하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와 글로벌 경기부진, 고물가, 환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사업의 부진과 경기상황에 따른 성장정체가 지속되면서 최근 헤드헌팅회사에는 신규사업과 M&A, JV(Joint Venture, 조인트벤처) 같은 전문가 후보를 찾아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인재 영입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기업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 기업의 명운이 달린 핵심인재 발굴을 위해 기업과 헤드헌터는 전략적 파트너가 돼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서치펌을 선정하고 담당 컨설턴트와 소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이 헤드헌터에게 비전과 방향성, 조직문화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할수록 헤드헌터가 적임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효과적으로 인재를 설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핵심인재를 영입하려면 인재가 원하는 조건을 맞추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헤드헌터들은 애써 적합한 인재를 발굴해도 원하는 근무조건이나 보상수준이 맞지 않아 면접조차 고사하는 경우를 맞닥뜨리곤 한다.
인재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파격’이 필요하다. 최근 놀라운 실적으로 주가가 고공행진 했던 엔비디아는 기술 분야 핵심인재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는 탄탄한 시장 장악력도 한 몫 했지만, 파격적인 보상 제시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핵심인재들은 강한 업무 강도와 높은 긴장감에 익숙하다. 높은 보상수준이 중요하지만, 입사 이후 스스로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율성과 주체성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회사가 달성하려는 기준선을 제시한 뒤 이를 향해 스스로 달려가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김철섭 커리어케어 글로벌본부 부본부장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