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게임 톱10 중 절반이 중국게임, 규제 역차별에 토종게임 고사 위기

▲ 24일 구글 앱스토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를 보면 1위인 라스트 워 서바이벌을 비롯한 중국게임 5개가 10위권에 자리했다. <모바일인덱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톱 10 가운데 절반이 중국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중국 알리익스플레스와 테무 등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며 관련 국내 기업들은 물론 정부까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비해, 게임 시장에선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늘어나며 한국이 중국 게임의 안방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앱스토어 기준 모바일게임 매출 국내 1위는 중국 퍼스트펀게임즈의 라스트워 서바이벌이 차지했다.

이어 3위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5위 붕괴 스타레일, 6위 버섯커 키우기, 8위 작혼 리치 마작까지 톱 10 게임 가운데 절반이 중국게임이었다.

한국 게임은 리니지M, 오딘 발할라 라이징, 리니지W 등 3개 뿐이었다. 나머지 2개 게임은 핀란드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터키 드림게임즈의 로얄매치였다. 

'버섯커키우기'를 만든 중국 4399은 가볍고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발 빠르게 개발, 국내 모바일게임 이용자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이 게임은 조이나이스게임즈가 서비스한다.

이 게임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로는 6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4399의 중국 포털사이트에서 수 많은 웹게임을 제공하며 새로운 게임을 발굴하고, 이용자 취향정보를 빠르게 파악해 게임에 반영한다는 점이 꼽힌다.

대작이 될 수 있는 후보 게임들을 키워내는 선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톱10 중 절반이 중국게임, 규제 역차별에 토종게임 고사 위기

▲ 중국 게임사 4399는 자사의 포털사이트를 통해 수 많은 무료 웹게임을 제공하며 흥행 후보작을 대거 육성하고 있다. <4399홈페이지>


반면 한국에서는 이런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19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산업법에 의거, 무료 웹게임에까지 인증절차를 강요하면서 '주전자닷컴'과 같은 웹게임 생태계는 사라진지 오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신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이젠 중국 게임을 참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방치형 게임 유행도 중국 시장에서 먼저 돌풍을 일으킨 뒤 한국에 상륙한 사례"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는 중국 게임이 국내 안방 시장을 독차지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규제의 역차별'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각종 게임 산업 규제가 국내 기업에는 철저하게 적용되고, 상대적으로 법 적용이 어려운 중국 등 해외 기업은 규제 망을 피하고 있다는 게 게임 업계 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 의무 공개다. 지난 3월22일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기업에 부과됐다.

확률 정보를 공개한 넥슨, 웹젠, 위메이드 등이 국내 게임사들이 잇달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등 과징금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해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정보가 틀린 중국 게임 업체에 대해선 전혀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물관리위는 법 개정 시행 1주일 뒤 정보공개가 미흡한 국내외 9개 기업에 시정을 요청했는데, 정보 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곳은 국내보다 해외 게임사가 더 많았다. 

해외 게임 기업이 시정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 당국이 당장 이들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일례로 버섯커키우기의 한국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이나이스게임즈의 경우, 실제 게임 개발사인 중국 4399에 규제를 적용하는 데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절차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게임위 시정요청, 문체부의 두 차례 시정권고과 시정명령, 검찰고발과 재판에 이르는 과정이 짧게는 수 개월에서 수 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중국 게임사는 해당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면 그만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모바일게임 수명은 6개월이다.

국내 노동규제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기업과 개발자들은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철야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근로시간제를 엄격히 적용받아 중국과 같은 개발자 노동환경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중국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모 게임기업 관계자는 "노동시간 규제가 시행되면서 한국 게임산업 개발력이 낮아지고 있다"며 "근로시간 법제화 움직임이 게임업계와 맞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