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지난해 말 실시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말 롯데백화점 수장에 발탁된 뒤 2년 동안 롯데백화점의 변화를 이끈 점을 높이 평가한 보상성 인사로 해석됐다.
하지만 승진하자마자 받아든 첫 성적표가 썩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 대표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기존점 성장률은 약 4%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의 기존점 성장률 추정치 8%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물론 롯데백화점의 실적이 순전히 정 대표 탓인 것만은 아니다.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영향을 제외하면 감익 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롯데백화점의 일회성 비용에 따른 수익성 부진이 아쉽지만 현재도 견조한 영업 실적을 보이고 있는 백화점은 엥겔지수 하락에 따른 소비여력 개선이 현실화하면 매출 성장의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며 “이 경우 일반 고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롯데백화점의 수혜 강도가 경쟁사보다 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2분기에 롯데백화점의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본투표일을 맞이해 '단 하루 쇼핑데이' 행사를 진행했는데 10일 하루 동안 롯데백화점의 구매 고객은 직전 주 같은 날과 비교해 50% 늘었다.
정 대표와 달리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총괄하고 있는 강성현 대표는 보다 편한 마음으로 1분기 성적표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두 사업부 모두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1분기에 호실적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 및 롯데슈퍼 대표).
롯데마트는 1분기에 매출 1조4870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1분기보다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34.4% 늘어나는 것이다.
롯데슈퍼 역시 1분기에 매출 3290억 원, 영업이익 150억 원을 거두며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을 2배 가까이 증가시켰을 것으로 파악됐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할인점이다. 슈퍼사업부 통합에 따른 매출총이익률 개선 및 매출 회복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 사업부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롯데쇼핑의 2023년 연결기준 전체 매출에서 약 4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 사업부가 순항하면 롯데쇼핑 역시 자연스럽게 실적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애초 롯데마트만 담당하다가 2022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슈퍼까지 겸임하게 됐다. 강 대표 체제 이후 롯데마트와 롯데쇼핑은 상품을 통합 소싱하는 전략을 강화하며 사업 곳곳에서 시너지를 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에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창사 이후 최초로 창립 ‘합산’ 50주년 기념 할인 행사를 여는 등 사업의 전반적 측면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