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스플레이기업 '전기료 부담' 또 늘어나나, 실적 악화 우려에 '울상'

▲ 한국전력의 전기료 인상으로 삼성전자의 2024년 전기료 부담이 2023년 대비 최소 2천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전기료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력 사용량이 큰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적자가 이어졌고,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는 돼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전기료 인상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 기업 실적에 직접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또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상반기에는 정부가 물가인상 등의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하겠지만, 하반기에는 국제 연료 가격 상승,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 등의 차원에서 최소 한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지난해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3.5원(대기업 대상) 인상하면서 2024년 삼성전자의 전기료 부담이 2023년보다 최소 2천억 원 이상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이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간은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수적인 만큼 냉난방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노광장비, 이온 주입기, 식각 장비 등 첨단 장비는 대표적으로 많은 전기를 소모하는 장비로 꼽힌다.

삼성전자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은 2020년 2만2916GWh, 2021년 2만5767GWh, 2022년 2만8316GWh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2023년엔 9월까지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한 전력량이 1만6270GWh으로 전기요금만 2조3812억 원을 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기업 '전기료 부담' 또 늘어나나, 실적 악화 우려에 '울상'

▲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삼성전자>

지난해 11월 전기요금이 kWh당 13.5원 인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전기 사용량을 늘리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전기요금 부담은 최소 2천억 원 이상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같은 기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양산 설비를 가동하는 첨단산업으로, 전기 사용량이 막대하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1~9월 각각 4160GWh, 4150GWh의 전기를 사용했는데, 이는 국내에서 각각 4, 5번째로 많은 것이다.

아직 반도체 산업이 완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산업도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힘들어진 상황에서 전기료 부담까지 커지고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510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기업 '전기료 부담' 또 늘어나나, 실적 악화 우려에 '울상'

▲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LG디스플레이 >

SK하이닉스는 2023년 약 7조73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1조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전기료가 추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어서 이들 기업의 전기료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이 연이은 전기료 인상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누적 적자가 큰 만큼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부채 규모는 2023년 기준 202조4천억 원으로, 2022년 192조8천억 원 대비 9조6천억 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2022년 459%에서 2023년 543%로 확대됐다.

정부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국전력경영연구원 측은 ‘전력경제 리뷰 1월호’에서 “국회, 신임 장관 모두 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나, 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의 자체 경영쇄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총선(4월)과 상임위 구성(7월)까지의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 조정시기, 인상 폭 등에 대한 논의는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