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재무 오른팔 이성형, SK텔레콤 기업가치 ‘40조’ 달성 특명 

이성형 SK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SK텔레콤의 기타 비상무이사에 내정되면서 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올해 본격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에서 그룹 재무를 총괄한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SK텔레콤의 기타 비상무이사에 내정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장은 비상근 이사로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세우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올해 SK텔레콤에 쓰기 위한 작업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SK텔레콤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장은 재무 전문가로 2018년부터 SK그룹의 CFO를 맡으며, 최태원 회장의 재무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이 사장은 SK그룹 CFO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 직함을 가진 인물이다.

이 사장은 그동안 최 회장이 내세우는 그룹의 기업가치 끌어올리기 전략인 ‘파이낸셜 스토리’ 구축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조직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성과는 물론 기업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인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최 회장이 2020년 그룹 전략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SK는 이성형 CFO를 사장으로 승진시킨 2023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서 CFO 역할을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관리 총괄 등 투자와 관련한 권한으로 확대했다.

이를 놓고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가 등 기업가치를 높여 잠재적 재무 위기를 해소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20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파이낸셜 스토리를 언급한 이후, 계열사 CEO들을 향해 직접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 CFO의 역할은 더 커졌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022년 11월7일 “2026년까지 기업가치 40조 원의 '인공지능 컴퍼니'를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회사의 기업가치는 목표에 한참 모자른 상태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유 사장이 목표를 제시한 당시 4만9250원에서 올해 3월5일 현재 5만2천 원으로 약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은 약 11조2천억 원으로 목표와 괴리가 크다.

회사는 지금까지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적극적 주주환원 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이미 정체기로 진입했고, 신사업이 성과를 내는 단계까진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태원의 재무 오른팔 이성형, SK텔레콤 기업가치 ‘40조’ 달성 특명 

이성형 SK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회사는 지난해 소비침체, 전력비용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전년에 비해 증가시켰다. 작년 회사의 영업이익은 1조75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회사는 또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6.6% 높인 3540원으로 책정하고, 매입한 3천억 원 규모 자사주 가운데 발행주식 총수의 1.8%에 이르는 2천억 원어치를 소각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기업가치가 상승하지 않자, 소방수로 이 CFO를 투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CFO는 앞으로 SK텔레콤이 최근 통신 사업 외에 집중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사업의 수익화 전략 등 구체적인 가치 끌어올리기를 위한 작업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주주이익 환원 관련주들이 급등했지만, 정작 국내 최고 수준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는 SK텔레콤 주가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SK텔레콤 주가는 주주이익 환원 규모를 감안해볼 때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